[미디어펜=석명 기자] 3차례 음주운전 적발로 '삼진 아웃'을 당한 강정호(33)가 KBO리그로 복귀할 길이 열렸다. 징계를 받았지만, 징계가 끝나면 국내에서 선수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징계 결정에도 강정호가 국내 무대에서 뛰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몸담을 팀을 찾지 못한 강정호는 KBO리그 복귀를 타진하며 임의탈퇴 복귀 신청을 했다. 이에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5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강정호에 대해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현행 KBO 규약상 음주운전 3차례 적발 시 최대 3년 이상의 징계를 하도록 되어 있다. 예상보다 징계 수위가 낮았던 것은 강정호의 3번째 음주운전 적발 시점이 2016년 12월로, 규약 개정이 이뤄진 2018년 이전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한 때문이다.
강정호는 상벌위원회 징계 결정이 내려지자 곧바로 법률 대리인을 통해 준비해뒀던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서 강정호는 "제 잘못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제가 죽는 날까지 후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야구가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야구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습니다" 등 사과와 야구에 대한 애정 등을 전했다.
강정호의 국내 복귀를 위한 첫번째 절차는 진행됐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
당장은 원 소속팀을 통해 복귀 절차를 밟고, 구단 자체 징계도 받아야 한다.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강정호의 소속팀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였다. 키움의 임의탈퇴 선수 신분인 강정호는 구단에 복귀 신청을 해 임의탈퇴를 풀어야 한다.
키움이 강정호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임의탈퇴 철회 후 팀과 함께 하지 못하겠다며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줘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키움 구단 측은 강정호 복귀와 관련해 직접적인 연락을 받거나 접촉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강정호 측의 요청이 있으면 내부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키움이 강정호와 계약할 경우, 구단 자체 징계를 논의하게 될 것이다. 최근의 음주운전 선수에 대한 각 구단의 조치는 KBO 징계와 별개로 자체 징계를 한다. 구단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책임을 구단 차원에서 묻는다는 취지이며, KBO 징계보다 더 엄중한 추가 징계를 하는 추세다.
2019년 4월 음주 교통사고를 낸 뒤 구단에 보고하지 않았던 강승호(SK 와이번스)는 KBO의 90경기 출장 정지 및 제재금 1000만원, 봉사활동 180시간 징계를 받았는데 SK 구단은 아예 임의탈퇴 징계를 내렸다. 강승호는 아직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음주운전이 적발돼 구단에 자진 신고한 최충연(삼성 라이온즈)에게 KBO가 50경기, 삼성 구단이 10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5월 음주운전 적발된 박한이(삼성 라이온즈)는 스스로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은퇴를 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KBO는 은퇴 여부와 상관없이 박한이에게 9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했다).
키움의 징계가 추가될 경우 강정호는 KBO리그에 복귀하기 위해 1년이 아닌 더 오랜 기간을 기다리게 될 수 있다.
KBO나 구단의 징계보다 강정호가 넘어야 할 더 험난한 산이 있다. 바로 거듭된 음주운전에 실망하고 분노한 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돌려놓는 것이다.
KBO의 1년 징계 결정에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징계 수위가 너무 가볍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놓았다. 다시는 강정호가 야구장에서 뛰는 것을 보고싶지 않다거나, 아이들에게 음주운전 선수가 뛰는 야구를 어떻게 보여주느냐는 목소리가 많았다.
강정호가 발표한 사과문에 얼마나 진정성을 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죽는 날까지 후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을 팬들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강정호가 복귀 수순을 밟기 위해 귀국하고, 징계 기간 자숙하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그는 '싸늘하게 돌아선 팬심'을 달래기 위해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적당히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다가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뻔한 멘트와 함께 그라운드로 돌아오는 것을 반기는 팬은 별로 없을 것이다.
KBO리그 최고의 거포 내야수로 이름을 떨치고, 국가대표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는 KBO리그 출신 타자로는 드물게 주전으로 뛰며 좋은 성적을 냈던 강정호다. 하지만 음주운전으로 그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메이저리거로서의 꽃길을 스스로 걷어찼고, 선수의 절정기를 범죄자로 허송세월했고, 국내 복귀를 시도하면서 '국민욕받이'가 됐다.
"야구를 한번만 더 해보고 싶다"는 강정호의 간절함이 통하려면, 자신의 잘못으로 쌓은 높은 산들을 묵묵히 오르고 넘어 완전히 새로 태어난 모습으로 팬들 앞에 돌아와야 한다. 복귀하는 시점이 전성기를 지났더라도, 참회의 진정성이 느껴질 때, 그라운드를 다시 뛰는 그에게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