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삼성 승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26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러 17시간에 걸쳐 밤샘조사했다.
문제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부정 의혹은 문재인정권이 들어선 후인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바를 고발해서 불거졌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과 연결되면서 검찰 수사망이 확대되기도 했다.
피고발인이자 피의자 신분인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검찰 조사에서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출장을 마치고 5월 19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추가 조사와 관계자들 소환을 거쳐 6월중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목소리는 대체적으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삼성의 코로나 비상경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부장검사 출신 법조인은 27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회계부정 의혹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삼성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에 어떻게든 인위적인 불법 개입이 있었다고 가정하고 의심하는 것"이라며 "앞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 대가로 요구한 개별현안 중 하나로도 꼽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심은 이 부회장이 의혹의 관여 정도와 지시 여부"라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비롯해 배임 또한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자의적인 검찰 판단이 크다. '주가 조작'이라는 프레임에 옭아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검찰측은 삼바가 2015년 당시 회계기준을 바꿔 4조원을 넘는 장부상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당시 회계처리에 대해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하는 처리였는지 아닌지는 그 당시 전문가들과 증시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내리는 결론이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에 따른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에 크게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며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특검의 삼바 및 증거인멸 관련 사건기록 제출에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한 대형법무법인에서 기업인수합병 전문변호사로 있는 L씨(45) 또한 이날 본지의 취재에 "서울고법 해당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상 승계작업 일환으로 이뤄진 개별현안을 특정할 필요가 없다'며 증거 채택을 기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글로벌그룹 전체를 이끌고 수익을 내며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기업 총수를 계속해서 검찰 조사와 재판에 묶어두는 것도 계속 보기 힘든 지경"이라며 "삼성 같은 기업은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시장을 좌우하는 우리나라 굴지의 탑클래스 기업인데, 언제까지 이런 송사에 얽매여야 하냐"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정권과의 연결고리도 마찬가지다. 부정청탁 대상인 승계작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청탁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더 이상 규명할게 없어보인다"며 "기업의 일반적인 현안과 다르지 않아 가벌성(어떤 행위에 대해 벌을 줄 수 있는 성질)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기소 가능성이 높다는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지만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코로나 비상경영 상황과 글로벌시장에 대한 삼성의 입지 등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가 1~2년간 장기간 진행되어 관련자들이 적지 않게 기소되겠지만 삼성이 처한 현재의 위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검찰은 추가조사 필요성을 검토한 후 이 부회장에 대한 재소환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기업 총수의 소환에 사법리스크가 길어지고 있다. 미중 분쟁에 코로나 대응, 그리고 재판 송사까지 삼성의 적극적인 행보가 계속해서 지연될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