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구현모 KT 대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각 사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KT와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가 국내 유료방송시장 '1등'을 위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적의 매물을 찾기 위한 탐색전을 시작했다. 현대HCN이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통신 3강 체제인 유료방송 시장에 순위 변동을 몰고 올 수 있어 본입찰까지 행보가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전날 마감된 현대HCN의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현대HCN 매각 작업은 향후 적격 인수후보자 선정→실사→본입찰→우선협상대상자 선정→협상 및 계약체결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당초 현대HCN 인수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통신 3사가 모두 예비입찰에 뛰어든 배경에는 '가입자 확보'라는 속셈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KT+KT스카이라이프가 31.52%(1058만8489명), 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이 24.91%(836만8791명),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가 24.17%(807만2670명)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HCN의 점유율은 4.07%(134만명)에 그치지만 시장 '1등'이라는 상징성을 얻기 위해 간 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가입자를 기반으로 결합상품 등을 통해 수익을 거두기는 힘든 구조가 됐다"며 "인수합병(M&A)으로 가입자 수를 끌어올려 낮은 가입자당평균매출(APRU)을 상쇄하고 이용자들에게 시장 선두 이미지를 굳히는 것이 매출을 낼 수 있는 빠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경우 LG유플러스가 LG헬로비전을 인수하며 2위에서 3위 사업자로 밀려난 상태다. 1위와 격차는 7.35%, 2위와는 0.74%가 벌어졌다. 미디어 시장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유료방송 3위는 뼈아픈 대목인 데다 유료방송 2위가 아닌 1위를 정조준하고 있어 추가 인수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자금 동원 상황과 매각 기간 등을 감안했을 때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SK텔레콤의 인수가 유력하다고 점치고 있다.
만약 SK텔레콤이 현대HCN을 인수하면 점유율은 28.24%, 가입자는 941만2670명으로 껑충 뛰며 2위를 되찾고 KT와 격차는 3.28%로 좁힐 수 있다.
KT도 수 싸움에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그간 합산규제 재도입 등으로 M&A를 치일피일 미루다 LG유플러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딜라이브, CMB 등 다른 매물이 남아있다는 점도 KT에게는 압박이다. SK텔레콤이 현대HCN에 이어 딜라이브(6.09%)까지 인수 한다면 점유율은 34.33%로 오르며 KT를 제칠 수 있다. 하지만 업계는 KT가 무선통신시장에 이어 유선방송시장 1위까지 SK텔레콤에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사 이후 현대HCN의 가격과 딜라이브를 비교해 더 나은 쪽의 인수를 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LG유플러스도 2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현대HCN이 필요한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 인수 합병 시너지가 본궤도에 오르지 않아 타사 보다 입찰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M&A에 소극적인 LG가 8000억원을 들여 올라 앉은 2위인 만큼 또다시 업계 3위로 쉽게 내려가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LG유플러스가 현대HCN이나 딜라이브를 인수할 경우 28.98~31%의 점유율로 2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1위에 성큼 다가설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사 이후 이뤄질 본 입찰에서 가격이 얼만큼 떨어지느냐가 관건"이라며 "현대HCN을 이번에 사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딜라이브, CMB를 고려해야해 실사 기간 통신 3사 모두 계산기를 두드리는데 분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