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사진=포스코건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가 강남권 주택 정비사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포스코건설이 신반포21차 시공권을 따내며 강남 재건축 사업에 교두보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잠원동주민센터에서 개최한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포스코건설은 107표 중 58.9%인 63표를 얻어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GS건설은 44표를 획득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59-10 일원 신반포21차 재건축은 1984년 준공된 기존 108가구를 지하4층~지상 20층, 2개 동, 총 275가구로 탈바꿈한다. 총 사업비는 1020억원으로 인근에서 진행중인 반포 지역 타 사업지에 비하면 크지 않은 편이다.
한 대표가 이 단지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강남 반포 지역에 얼마 남지 않은 재건축 사업지 중 탁월한 입지를 갖췄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단지 바로 옆으로는 7호석 반포역이 있고 고속터미널이 가까우며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상징적인 노른자 입지다. 인근으로 반포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기에 이 단지의 시공권을 따낼 경우 향후 강남 정비사업 수주에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단지 규모가 작아 강남 정비사업에 걸음마를 떼는 포스코건설의 입장에서 부담도 덜하다.
그럼에도 한 대표에게는 쉽지 않은 승리였다. GS건설의 주택 브랜드인 자이의 인지도가 강남에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신반포21차를 단지 인근의 반포자이, 신반포자이, 신반포센트럴자이 등 7000여가구와 함께 '자이 브랜드 타운'로 조성해 소단지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제안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신반포18차 337동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것을 마지막으로 강남에 이렇다 할 실적이 없는 상황이었다.
포스코건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9376억원으로 작년동기 대비 19.9%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209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실적 개선의 원인으로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 광주 북 풍향구역 재개발 등 국내 주택사업부문의 확대가 꼽힌다.
포스코건설의 주력 사업인 플랜트 부문 외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이번 수주는 한 대표에게 절실했다.
포스코건설은 조합원의 금융부담이 없는 후분양을 제안했다. 자체 보유자금으로 골조공사 완료 시까지 공사를 수행한 뒤 일반분양에 나서 공사비를 지급받는 방식이다. 포스코건설은 이 과정에서 조합원의 금융 부담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모기업인 포스코가 생산하는 '포스맥'을 활용한 특화 문주와 커튼월룩 등의 외관을 적용해 차별화된 단지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한 대표는 신반포21차 수주전을 진행하기 앞서 서울 강남 신사동에 브랜드 홍보관 '더샵 갤러리'를 개관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주전이 비교적 조용히 진행된 점도 승리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경쟁이 아닌 조합원들이 제안서에 제시한 조건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돼 포스코건설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한편으로는 이번에 GS건설이 현재 진행 중인 재건축 사업지가 많아 파격적인 제안서를 내놓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돼 이 또한 포스코건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강남 한복판 단지에 포스코건설의 주택 브랜드인 더샵이 들어선다는 것 자체로 큰 홍보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대표는 신반포21차 재건축 수주를 발판삼아 강남 정비사업에서 입지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괄목할 부분은 포스코건설이 최고의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건설사를 상대로 승기를 잡았다는 것"이라며 "이번 수주를 바탕으로 강남권을 더불어 재건축 수주에 활발히 뛰어들어 강남아파트의 새로운 리딩브랜드를 탄생시킬 것"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