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재부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정부가 3일 임시국무회의에서 마련한 35조 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역대 최대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선제적이고도 충분한 대응 차원에서, 세출 규모를 24조원으로 확 키우고 세입경정(세수 부족 예상분 보충) 11조 4000억원을 반영했다.
그러나 24조원에 육박하는 적자국채를 찍어내기로 함에 따라, 나라살림 적자비율 및 국가채무비율은 사상 최고로 치솟아, 재정건전성에 초비상이 걸렸다.
◇ 적자국채 24조, 역대 최대 '초슈퍼추경'…국가채무 99.4조원 순증
이번 3차 추경은 추경 규모(35조 3000억원), 세입경정(11조 4000억원), 적자국채 발행(23조 8000억원), 지출구조조정(10조 1000억원) 모두 역대 최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5.8%,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3.5%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한 해 동안 3차례나 추경을 편성한 것도 48년 만의 일이다.
먼저 3차 추경은 기존 역대 최대인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추경(28조 4000억원)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3차 추경 규모는 1차(11조 7000억원)와 2차 추경(12조 2000억원)을 합친 것보다도 많으며, 1∼3차 추경을 모두 합치면 무려 60조원 수준이다.
추경 규모가 워낙 큰 탓에, 기금활용(9000억원)을 뺀 나머지 23조 8000억원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재정 건전성 지표인 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은 사상 최대인 5%대 후반으로 치솟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2019년도 본예산 기준 37조 6000억원 적자에서, 올해 본예산과 1~3차 추경으로 112조 2000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74조 6000억원 불어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1.9%에서 5.8%로 치솟게 되는데, 이 적자비율은 외환위기 의 후폭풍이 거셌던 1998년(4.7%)을 넘어서는 것으로, 5% 돌파는 올해가 처음이다.
2019년 본예산 기준 740조 8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840조 2000억원으로 100조원 가까이 증가하고, 국가채무 순증 규모(99조 4000억원)가 2019년 본예산 상 순증 규모(32조 6000억원)의 3배나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1%에서 43.5%로 상승하게 돼, 재정 당국이 그동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봐 왔던 국가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3.0%가 허물어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인 국가 재정이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3%대로 상향되더라도, 3차 추경 작업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가더라도 재정이 역할을 다해서 단기간에 성장을 견인하고 건전 재정을 회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 "국가채무비율 상승 감내해야"...전문가들 "재정건전성 악화 너무 빨라"
전문가들은 재정 투입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며, 중장기 재정건전성 관리에 각별히 힘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출 확대, 재정적자 확대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상황으로, 재정건전성은 중장기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세수 부족 때문에 3차 추경편성은 불가피했고, 코로나19로 추가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 이 정도 수준의 추경 편성은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현재 국가채무비율 상승 속도는 코로나 대응 환경을 감안해도 너무 빠른 게 사실"이라며 "향후 국가부현재 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며, 속도가 더 빨라지면 증세도 포함해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우리 재정 상태는 양호하다고 강조한다.
홍 부총리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3%대는 OECD 평균 110%에 비해 재정 여력이 있고 양호하다"면서 "다만 국가채무 증가 속도에 대해서는 재정당국도 경계하고 있고, 중기적인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하반기 중 우리 상황에 맞는 유연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앞서 작년 말 재정준칙 도입의 토대가 될 2065년까지의 장기재정전망에 먼저 착수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