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제약업계가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이 건강보험 등재 재평가에 들어가자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해당 약품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이외에도 노인우울증, 행동변화 등에 두루 처방되면서 연간 매출 100억원을 넘기는 블록버스터 제품이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치매 예방약'처럼 처방이 남발한다고 지적하면서 건강보험 급여 재평가 대상으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경구 및 주사제 모든 제형이 포함되며 오는 7월까지 임상적 유용성, 비용 효과성, 사회적 요구도 등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이에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분기 매출만 100억원을 넘기는 캐시카우이기 때문에 이번 급여 재평가로 인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품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웅제약의 관계사 대웅바이오(글리아타민)이며 종근당(종근당글리아티린), 유한양행(알포아티린), 대원제약(알포톨린)이 그 뒤를 잇는다. 실제 처방액은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지난 1분기 글리아타민 151억원, 종근당글리아티린은 135억원, 알포아티린 32억원, 알포톨린이 27억원이다.
글리아타민은 대웅바이오 주요 품목 중에서 매출 최상위권 제품이다. 이를 제외한 1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급 제품은 치매 치료제 '베아셉트'가 유일하다. 종근당도 콜린알포 제품이 250개 의약품 중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당뇨약 '듀비에', '자누비아' 등 19개 블록버스터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글리아티민을 제외하고는 이베아셉트가 유일한 대웅바이오는 체감하는 매출 변동 폭이 더욱 클수 밖에 없다. 아울러 지난달 메트포르민 성분 완제의약품에서 발암물질(NDMA)가 검출되면서 당뇨약 '디아폴민엑스알서방정'의 판매도 중지됐다. 대웅바이오 관계자는 "콜린알포 급여 재평가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예측이 힘들다"며 "평가 결과에 따라 상황에 맞는 대응 방안을 준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판매 제품 중 처방액이 워낙 높은 품목이라서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처방은 매출과 직결되니까 적응증이 축소되거나 변경되면 매출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전문약 지위를 박탈하고 건기식으로 전환되면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서 혼선도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건기식으로 전환되면 환자들의 접근성은 높아지지만 부담금액은 높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 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콜린알포 제제가 없으면 치매 전조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약이 없다"고 호소하면서 "출시된지 오래된 약이라 알츠하이머 치매를 제외하고는 임상적, 문헌적 근거가 충분치 않긴 하지만 여태까지 큰 부작용도 보고된 바 없다"고 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청구액은 3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1676억원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처방건수는 급증하는 반면 주요국(미국)에서는 해당 약제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알츠하이머 치료 이외엔 임상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입장도 뚜렷이 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