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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WTO 제소 재개, 또 지소미아 카드 '만지작'

2020-06-03 17:04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수출규제 해제를 요구하는 우리정부의 최후통첩에도 일본정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지소미아 폐기 카드가 급부상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2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6개월만에 재개하는 것으로 맞대응 조치를 시작했다. 

대화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WTO에서 1심 재판에 해당하는 패널 설치와 심리, 최종심이 진행되는 동안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1년 단위인 지소미아 재연장 통보 시점이 8월 23일인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다. 

외교부는 2일 지소미아 종료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정부가 작년 11월22일 지소미아의 효력을 언제든지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협정의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수출규제 조치 철회는 이뤄져야 되는 것이고 저희가 계속 촉구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 간) 논의 동향에 따라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고, 그렇게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당장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지 않겠지만 지소미아 종료는 검토 대상이라는 의미로 일본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미국의 강력 반발이 예상되고, 양보없는 기싸움으로 일관해온 아베정부가 추가 수출규제를 내놓는 등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2019년 8월 정부가 일본에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고위관료를 잇따라 보내 한국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압박했다. 

한국과 일본이 수출정책 대화에 합의하고 극적 반전을 맞은 것은 11월23일 0시 지소미아 종료를 6시간여를 남긴 상황에서였다. 지소미아 종료 연기는 미국의 압박 때문이었고, 이후에도 한일은 강제징용 배상판결이나 수출규제 문제에서 평행선을 달려온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리고 반년이 흐르는 시간동안 한일 갈등이 쉽게 풀릴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한 정부의 WTO 제소는 장기전에 돌입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는 이번 WTO 제소와 관련해 일본 수출규제의 불법, 부당성을 입증 받고 유사한 형태의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해 11월22일 잠정 정지했던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에 대한 WTO 분쟁해결절차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면서 “WTO 제소를 통해 일본 조치의 불법, 부당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WTO 제소가 일본의 수출허가제 남용 방지, 유사 조치 사전 예방에 효과적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조치가 일본의 수출규제 남용을 방지하는 차원도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에 일본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전날 브리핑에서 “이제까지 당국간 의사소통을 진지하게 계속해 온 가운데 이번 발표는 매우 유감”이라며 “일본의 수출관리 운용 재검토는 WTO 협정에 정합성을 갖는다는 일본의 입장을 향후 제대로 설명해 나갈 방침”이라고 맞섰다.

다음날인 3일 한일 외교장관은 전화통화를 가졌지만 서로 이견만 확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국이 대외무역법 개정 등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일본 측이 제기한 수출규제 조치의 사유를 모두 해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규제가 유지되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조속한 철회를 촉구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일본의 기본 입장을 언급하며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한 한국의 결정이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이 지난해 7월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이후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했고 업계도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국산화율을 높이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의 WTO 제소에 반발해 향후 우리측 수출규제 대상 품목을 확대하거나 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할 경우 또다시 국내 기업들의 고충이 커질 수 있다.

정부의 WTO 제소 발표 이후 “일본의 수출관리 엄격화 조치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한국이 안고 있다”고 분석한 일본언론의 반응을 볼 때에도 한일 간 대치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최근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미국의 반발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한국정부가 지소미아 카드를 어떻게 사용할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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