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t 위즈 신인 투수 소형준(19)이 다승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NC 다이노스의 뉴 에이스 구창모(23)는 다승 공동선두뿐 아니라 평균자책점 1위를 질주 중이다. 소형준과 구창모가 이렇게 투수 부문 개인 랭킹 선두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 상당한 의미가 있다.
소형준은 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하고 시즌 4승(1패, 평균자책점 5.34)을 수확했다. 4승은 다승 공동선두이며, 소형준 외에 요키시(키움), 알칸타라(두산), 양현종(KIA), 그리고 구창모가 4승을 기록 중이다.
루키 소형준의 데뷔 시즌 초반 기세가 놀랍지만, 구창모는 아예 리그 전체 마운드를 지배하고 있다. 다승 외에 평균자책점은 0.51로 압도적 1위다. 5경기 등판에서 35이닝을 던지는 동안 2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탈삼진도 38개로 1위에 랭크돼 있다.
소형준은 아직 미완의 대기지만 확실한 유망주다. 지난해 kt의 1차지명을 받을 때부터 신인왕 후보로 꼽혔고, 기대대로 데뷔하자마자 팀 마운드의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4차례 등판 때까지는 적잖은 실점을 하고서도 승운이 따라 승수를 챙기기도 했고(5월28일 KIA전 5이닝 5실점 승리),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대량실점(5월21일 한화전 5⅓이닝 8실점 패전)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3일 두산전에서는 가장 긴 7이닝을 던지면서도 2안타 3볼넷만 내주고 처음으로 무실점 피칭을 해 한 단계 성장했음을 알렸다.
구창모는 2020시즌을 자신의 해로 만들어가고 있다. 2015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3번)로 NC의 지명을 받아 2016시즌부터 1군 무대를 밟은 구창모는 꾸준한 활약을 했지만 지난해 처음 10승 투수가 되면서 선발투수로 정착하더니 올해는 리그 정상급 투수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KBO리그를 중계방송하는 ESPN에서 가장 주목하는 투수가 바로 구창모다.
소형준은 한동안 뜸했던 대형 투수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고졸 신인투수로서 데뷔전부터 5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를 기록한 투수는 역대 6명밖에 없다. 김태형(1991년 롯데), 김수경(1998년 현대), 김진우(2002년 KIA), 양훈(2005년 한화), 류현진(2006년 한화), 그리고 소형준이다.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일단 소형준은 앞으로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대형투수의 자질은 일찍 증명한 셈이다.
최근 신인들 가운데 특히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은 선수는 2017년 신인왕 이정후(키움), 2018년 신인왕 강백호(kt)다. 둘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발군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데, 둘 다 타자다. 소형준은 모처럼 등장한 대형 신인투수라는 점이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반가운 일이다.
구창모의 경우, KBO리그 선수 육성 시스템의 정착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구창모 역시 프로 지명 당시부터 기대주이긴 했지만 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하기까지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간이 좀 걸린 편이다.
현재 토종 투수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양현종이 걸어온 길을 구창모가 따라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양현종은 2007년 신인이지만 프로 3년차가 된 2009년부터 두자리 승수(12승)를 올리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며 최고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구창모도 프로 입단 후 성장기를 거쳐 최고 투수 자리를 넘보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구창모는 좌완, 소형준은 우완이다. 한국야구 대표팀을 위해서도 이렇게 차세대 마운드의 주역이 될 투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코로나19 사태를 뚫고 어렵게 시즌을 시작한 2020년 KBO리그, 야구팬들은 구창모와 소형준의 피칭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생겼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