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14년 12월 골든글러브 시상식. 유격수 부문 수상자로 호명된 강정호(당시 넥센 히어로즈)는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감사합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외친 이 한 마디가 소감의 전부였다.
강정호의 이 수상 소감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대략 '멋지다'와 '건방지다'로 요약되는 상반된 반응이었다. 감사를 표해야 될 많은 사람들에게 함축적인 한 마디 말로 강렬한 수상 소감을 남겼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고, 당연히 자신이 받아야 될 상 받았으니 이런저런 수상 감회를 말하기도 귀찮아 성의없이 내뱉은 소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당시 강정호는 포스팅시스템에 의한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었고, 얼마 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입단과 함께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이후 메이저리그 생활 2년간, 강정호가 남긴 "감사합니다"에는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는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부터 피츠버그 주전으로 자리잡아 홈런포도 곧잘 터뜨렸다. KBO리그에서 뛰다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타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성공을 거두는 듯했다. 아마 크리스 코글란의 살인 태클에 무릎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강정호는 더욱 뛰어난 성적을 냈을 것이다.
그의 활약에 많은 야구팬들이 환호했다. 한국야구에도 이렇게 잘 치고 수비 잘하는 선수가 있다는 사실을 메이저리그에서 뽐내는 것을 보며 뿌듯해 했다.
2014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강정호(왼쪽)와 2016년 음주운전 적발로 경찰 조사를 받던 강정호. /사진=더팩트 제공
하지만 2016년 12월, 강정호의 "감사합니다"가 진정성 없는 '나 잘났오'였음이 드러났다. 시즌을 마치고 귀국해 있던 강정호가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 현장에서 뺑소니까지 시도하다 적발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어쩌다 한 번 실수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이전에도 이미 두 차례나 음주운전(그것도 적발된 것만)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전 음주운전 때는 구단에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적당히 무마하고 넘어갔던 것도 충격을 더했다.
이후 강정호의 추락은 야구팬들이 익히 알고 있다. '음주운전 삼진아웃'으로 법원에서 징역 8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이로 인해 미국 비자발급을 받지 못해 2017년을 통째로 쉬었고, 2018년 시즌 종반부터 지난해 시즌 중반까지 메이저리그에 복귀했으나 예전 기량 발휘를 못했고, 결국 방출 당했고, 자신을 받아줄 메이저리그 팀을 찾지 못했다.
오갈 곳 없어진 강정호는 국내 복귀를 선택했다.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다. 지금 그 절차를 밟고 있다. 강정호가 복귀를 시도함에 따라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미뤄뒀던 상벌위원회를 열고 1년 유기실격과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강정호는 자신에 대한 보류권을 가진 키움(전 넥센) 히어로즈 구단에 복귀 의사를 전달했다.
강정호는 5일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물론 기자회견은 국내 복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과거 음주운전을 사과하면서, 징계 충실히 받고 국내 무대에 복귀하면 열심히 뛰겠다는 얘기를 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강정호는 아마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2016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법원의 판결을 받을 때 강정호는 이미 여러 차례 "죄송합니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 말에 진정성이 담겼는지는 알 수 없다. 이후 그는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해 애쓰면서 국내 팬들과 접촉이나 소통은 거의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재기에 성공해 미국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으면, 강정호가 국내 야구팬들 앞에서 다시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일은 없었을 수도 있다. 개인 사정이야 어떻게 됐건 그는 국내 복귀를 결정했으며, 복귀를 위한 '절차'로 징계도 받고 사과도 하게 됐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지만, 말 한 마디로 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말 한 마디로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얼마나 진정성을 담았는지 제대로 알기는 힘든 것도 사실이다. '언행일치'가 가장 중요하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게 될 강정호, 그는 정말 음주운전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자신으로 인해 실망하고 분노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해하고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