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삼성은 한숨을 돌렸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앞으로 선제 투자와 준법경영을 양축으로 두고 '뉴 삼성'으로의 도약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 파기환송심 등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해 삼성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지만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전략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회부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부의심의위는 검찰시민위원 중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15명으로 꾸려진다. 이들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영장 기각이 수사심의위의 기소 판단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사심의위의 기소 판단은 권고적 효력이어서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할 법적 의무는 없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 수사심의위가 심의한 8건의 사건에서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른 점을 비춰볼 때 결정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파기환송심 등 사법 리스크가 여전하지만 한 고비를 넘긴 이 부회장은 수사심의위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하면서 '뉴 삼성'으로의 혁신 행보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에 대부분 기업들의 투자가 주춤해진 가운데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추며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힌 후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 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한일 갈등과 미중 무역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글로벌 경영 행보와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33조원을 투자한 '반도체 비전 2030'과 18조원이 투입된 반도체 파운드리,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달성을 위해 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한일 갈등이 다시 표면화되자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과 파기환송심 등 삼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여전해 준법 경영에도 집중할 전망이다.
삼성은 부당해고에 항의해 350여일 동안 철탑 고공농성을 벌인 김용희씨와 사과를 하고 노사관계 해법을 찾기 위해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강연을 듣는 등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삼성은 조만간 시민사회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할 전담자를 지정하고 실효적인 노사문화 개선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정상적 경영 활동이 어려운 마당에 비즈니스 활동에 압박을 주는 검찰의 행태는 옆에서 지켜보는 대기업들도 긴장하게 했다"며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위기 속 삼성의 역할론을 강조한 만큼 당분간 준법경영과 투자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신은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자칫 삼성의 경영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년간 이 부회장의 법적 문제로 회사는 거의 마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 없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야 하는 이 부회장과 삼성에게는 사법 리스크가 연장돼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법원의 이번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리"라면서도 "이 부회장 부재 시에는 인수합병(M&A) 또는 전략적 투자 등 중요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삼성에 큰 우려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