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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항공업계 M&A…이달 안에 결론 나나?

2020-06-09 14:12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국내 항공사 로고./사진=각 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글로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계 M&A 작업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이달 중 결판이 날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된다. 인수자로 나선 HDC현대산업개발·제주항공 모두 이달 내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던 계약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 모두 작년 말 각각 아시아나항공·이스타항공과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하며 거래 최종 시한을 이달 말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거래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이달 말까지 합의를 보지 못해 종결 시한을 늦추지 않으면 사실상 계약 자체가 없던 일이 되는 셈이다. 그러잖아도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고, 두 인수 건과 관련해 포기설이 계속 돌고 있어 이달 말을 기점으로 사실상 인수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 로고./사진=각 사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의 경우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최종 결심만 남겨둔 상태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에 "이달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피력해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송부했다.

당초 시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채권단과의 기싸움에서 고지를 점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인수 포기설을 흘린다는 얘기도 나왔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인수 포기 쪽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미루고 있어 M&A 절차가 길어질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정부와 금융당국 내에서도 '플랜B' 수립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 계획을 철회할 경우 채권단은 당분간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하에 둘 계획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또 추후 업황이 나아지면 재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계열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 분리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일본항공(JAL)의 기업회생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형국이다.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 역시 답보상태다. 명목상 이유는 해외 기업결합심사의 미승인이지만, 실질적 걸림돌은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 악화일로를 걸어온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국내선·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지난 2월부터 임직원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체불 임금만 해도 250억원에 달한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임금 체불 해소를 위해 현 경영진과 대주주가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에 이스타항공 측은 인수자로 나선 제주항공이 책임질 일이라며 양측 간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스타항공 여객기./사진=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최근 노조 측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파산은 면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4월 이후 휴업수당을 반납하는 데 동의할 경우 2월과 3월 체불임금은 최대한 지불하겠으며, 제주항공을 통한 고용 승계도 보장하겠다"며 노동조합을 회유함과 동시에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노동조합 관계자는 "회사가 62명을 정리해고 하기로 결정해놓고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 방법을 쓰는 등 정리해고를 무기로 체불임금 반납을 요구한다"며 "이미 일부는 희망 퇴직했고, 정리해고 인원도 정해진 마당에 고용 승계는 무의미하다"고 비난했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17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고용 유지를 전제로 한 지원이다. 따라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후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계약 성사를 위해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에 계약금 119억5000만원을 제외한 차액 425억5000만원을 납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스타항공 여객기./사진=이스타항공


이에 이스타항공 노조 측은 체불 임금 지급 의무는 이스타항공 법인체에 있는 만큼 제주항공이 250억원을 뺀 나머지 금액만 이스타홀딩스에 지급해야 하며, 딜 클로징 후 경영진으로서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두 자녀는 이스타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이 의원 측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의원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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