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기각되면서 검찰 셈법이 복잡해졌다. 영장 재청구부터 추가 수사, 불구속 기소 카드를 비롯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심의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 9일 새벽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김종중 팀장(사장) 영장 청구가 기각된 후 향후 방향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는 11일 열릴 서울고검 산하 검찰시민위원회가 검찰 방침을 잡아가는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수사팀은 이날 시민위원 15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운영되는 부의심의위원회에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비공개 심의를 거쳐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심의위 소집이 확정되면, 수사심의위는 2~4주 내로 양측 의견서 제출과 의견 진술을 듣고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수사심의위가 심의한 결과로 불기소를 의결해도 이 의견을 고려해 최종 판단하는 것은 검찰이다.
법조계는 구속영장 재청구 여지는 남아있으나 불기소는 상상하기 힘들고 결국 '불구속 기소'로 가리란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10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재용 부회장 간의 악연도 그렇고 불기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애시당초 법원이 영장 기각 사유로 '불구속 재판' 원칙을 세웠기 때문에 결국 영장 재청구 실익은 적고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변수는 수사심의위와 7월 검찰 인사설"이라며 "수사심의위까지 가서 거기서 불기소 결론을 내리더라도 수용할지 여부는 검찰의 선택이다. 지금까지 1년 8개월을 끌어온 수사를 불기소할 경우 (검찰) 타격이 크다. 인사 등 대내외 모든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시간 문제로 불구속 기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수사심의위에서 과반수로 결정될지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정해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만약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하라는 권고를 압도적인 찬성으로 내릴 경우 검찰이 이를 싹 무시하고 불구속 기소하기도 여의치 않다"며 "지금까지 8번 열렸던 수사심의위 권고는 모두 받아들여졌다"고 강조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법조인 또한 이날 본지의 취재에 "조만간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법정으로 승부처가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소명됐다고 밝힌게 전부다. 법리적 책임 유무, 범죄 혐의를 소명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이 (불구속) 기소 필요성을 언급해 재판에서 양측이 쟁점을 다툴 상황이 조성된 것"이라며 "검찰은 영장 재청구할 여지가 남아있지만 과연 구속영장 청구서에 새로이 추가할 혐의가 있는지 궁금하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지난 4년간 3번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향후 수사심의위가 열리면 이 부회장 기소의 타당성 문제가 본격적인 도마 위에 올라간다. 이번 영장심사에서 법원은 "구속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내렸지만 기소는 별개의 문제다.
늦어도 2~4주 내로 수사심의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검찰이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