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을 차단하고,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규정하는 등 강경 노선으로 전환한 것과 관련해 준비된 행보라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해 2월 북미 정상간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새로운 길’이 드러난 것으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이미 설정한 가이드라인을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일연구원이 10일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반도 정세와 평화프로세스’ 포럼에서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강경하게 돌아선 것은 그동안 누적된 불만의 표현이고, 지금 남한을 강하게 흔들 타이밍을 찾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홍 실장은 “지난해 10월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관광시설 철거 지시를 한 사실이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연기했다”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미연합훈련도 연기되면서 북한의 공격 포인트가 한번 사라졌다고 볼 수 있고, 지금 코로나 진정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이번 강경책이 나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미중 갈등 국면에서 북한이 중국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미국 트럼프행정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며 북한의 최근 태도를 분석하면서 “지금 대남 강경 노선을 설정하는 것이 중국에 대한지지 입장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미국에는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누적된 불만에 대해 홍 실장은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이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본질적인 내용을 실행하기를 바랄 것”이라면서 “그런데 통일부는 김 위원장이 금강산시설 철거를 말하니까 개별관광 추진을 말하는 식이다. 이처럼 본질이 아닌 교류협력 제안을 북한은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북한의 태도가 지나치게 비이성적이거나 비합리적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북한의 태도이고, 남한의 대응도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가지 남북 간, 북미 간 협상을 견인해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남한이 북한에 최고위급 특사를 파견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제시했다.
1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반도 정세와 평화 프로세스' 시대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미디어펜
조 선임연구위원은 “6.15 남북정상회담, 8.15 광복절,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 상징적 계기를 활용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남북관계 신뢰를 회복하며 북미 비핵화협상을 견인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신속하게 남북 접촉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역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파국을 원하고 있지 않으며 10월 최대 행사인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북한의 대남비난과 압박은 그만큼 북한 내 상황이 어렵다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정부가 해야 할 본질적인 대북 제안에 대해 홍 실장은 “합의만 해놓고 진행하지 않았던 군사회담 재개를 제안해야 한다”며 “남북 간 군사적 위협 해소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해야 한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을 말하고 싶어할 것이므로 북한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항에 대해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 실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교류협력은 더 어렵다고 본다. 남북이 합의해도 미국이 비핵화협상보다 앞서가지 말라고 제동을 걸지 않나”라며 “특히 북한이 예고한 대로 남북 통신선 차단에 이어 9.19군사합의를 무력화하는 시도를 할 수 있으므로 군사적 현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이제라도) 단순히 일회성 대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의 이어갈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 정성윤 연구위원은 향후 북한의 추가 행동에 대해 “미국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 앞으로 북핵 문제에서 북한이 어떻게 행동할지 추론해볼 때 우선 북한은 지난 2년반동안 핵무기시장 거래에서 실패한 점을 자각하고 이 거래시장인 북미협상에서 철수하는 정치적 행위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 박사는 이어 “북한은 이후 핵무력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더욱 높여서 미국과 한국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해서 새로운 가격을 붙여서 시장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 올해 하반기에 핵무력 증강을 선언하거나 북미협상을 공식 파기하는 선언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현재 북한의 강경 태도에 대해 “백두혈통의 리더십이 걸린 문제로 보인다”며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대남총책으로 내세워 대남 비난 담화를 내고, 대북전단 문제를 내세워 항의 군중집회와 규탄모임을 이어가는 것도 백두혈통의 리더십과 관련되는 문제여서 그렇다”고 부연했다.
고 원장은 그러면서 “따라서 우리가 간단한 대증요법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잘 해결이 안될 것 같다”며 “평화협상이든 군사 문제든 남북 간 대치 국면을 만들어온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야 지금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