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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소' 다툴 30쪽 의견서, 어떤 내용일까?

2020-06-11 13:47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다툴 검찰 부의심의위원회(시민위원회)가 11일 비공개 심의에 들어갔다.

택시기사와 자영업자, 교사 및 전직공무원 등 일반시민 15명(검찰시민위원)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는 이날 양측의 30쪽 분량의 의견서를 검토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여부를 결정한다.

이재용 부회장 기소 의견을 추려낼 대검 수사심의위를 소집하려면,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위원들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기소의 타당성'을 놓고 맞선 삼성과 검찰측은 앞선 구속영장 청구 당시와 달리 공수가 뒤바뀐 창과 방패의 모양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조계는 수십만 페이지 분량의 수사기록을 압축해 일반시민 위원들을 잘 납득시켜야 하는 점, 기소에 외부 검증이 필요한가 여부를 관건으로 보았다. 실제로 영장전담판사가 검토한 영장실질심사에서도 12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스스로 도입한 제도로, 논란이 큰 사건을 국민 시각에서 바라보고 신중하게 처리하자는 취지다. 법조계는 이를 감안해 수사심의위 소집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양측 의견서 요지는 첨예하게 갈린다. 삼성측은 크게는 검찰 수사팀 의도대로 외부 검증 없이 그대로 기소하면 그 자체로 삼성그룹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하고 국제 투기자본의 ISD(Investor State Dispute·투자자 국가간 분쟁) 소송 등 무차별 공격으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각론에 들어가서는 이번 사건을 수사심의위에서 심의조차 하지 않는다면 수사심의위 제도 자체에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이고, 검찰측 필요에 의해서만 가동되는 제도라는 지적이다.

이에 검찰은 지금까지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해왔기에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검찰 수사팀이 결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전담판사가 밝혔듯이 피의자의 책임 유무는 재판에서 충분한 공방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하면서, 역으로 수사심의위 제도를 악용하거나 남발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11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부의심의위 역할은 수사심의위 소집을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1년 8개월이나 끌어온 삼성 수사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 판단을 받아보자는 의견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더욱이 수사심의위는 지금껏 논란이 많았던 8개 사건을 합리적으로 신중하게 잘 처리한 전례가 있다"며 "수사심의위가 내리는 판단도 결국 검찰이 참고해야 할 의견이라는 관점에서 부의심의위에서부터 기각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이번 삼성 케이스는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라며 "영장심사 과정에서 불거진 범죄혐의 소명 부족이라는 이슈를 떠나서 이 사건을 다루지 않으면 다른 어떤 사건을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일 검찰이 전격적으로 신청했던 구속영장은 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향후 수사심의위가 열리면 2~4주간 내로 최종 결론을 내린다. 어떤 의견을 낼지, 검찰이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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