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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송현동 호텔 부지, 서울시 개입에 예비입찰 흥행 실패

2020-06-11 14:48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대한항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대한항공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 소재 호텔 부지 매각 입찰이 결국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나선 탓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 주관사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은 전날 매각 예비 입찰을 종료했다. 그러나 이에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예비입찰 전에는 투자설명서를 가져가며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이나 기관은 15개나 됐으나, 서울시가 문화공원 조성 방침을 발표한 이후 입찰 마감일까지 그 어느 곳도 매각 입찰 의향서(LOI)를 내지 않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는 뜻을 공연히 내비치며 부지 보상비를 공고함에 따라 결국 공개 매각이 어그러졌다는 게 중론이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서울시는 개최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대한항공 호텔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자문안을 올렸다. 이달 초 시는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해 이를 2022년까지 2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는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공고하기도 했다.

당초 송현동 부지를 최소 5000억원 넘는 가격에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넘고자 했던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 떨어진 셈이 됐다. 대한항공은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내년 말까지 2조원 가량의 자본 확충을 요구받은 상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부랴부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송현동 부지·왕산레저개발 지분·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등 자산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강력한 공원 조성 의지에 따른 문화공원 조성안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비롯한 유휴자산 매각 작업을 지난달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그룹 유휴자산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진행해왔다. 예비 입찰이 실패로 돌아가 사실상 매각 일정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예비 입찰 단계에서는 LOI를 내지 않아도 본입찰에 응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서울시가 보상비까지 미리 정해뒀기 때문에 부담스러움을 느껴 본입찰에도 선뜻 나서는 기업은 딱히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 소재 대한항공 소유 호텔 부지./캡쳐=네이버 지도



국방부와 삼성생명 손을 거쳐 20년 가까이 방치된 송현동 부지를 2008년 2900억원에 매입한 대한항공은 호텔과 복합문화단지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학습권 침해 논리 등 관련법에 막혀 무산되기도 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3월 대한항공 측에 "민간 매각시 발생하는 개발 요구를 용인할 의사가 없다"며 공개 매각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각 일정 상 차질을 빚은 대한항공은 우선 서울시 열람 기간 의견서 제출 시한인 18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한항공 노동조합 또한 서울시의 공원화 추진 계획에 대해 무책임한 탁상행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1일 오전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서울특별시청사 앞에서 서울시 당국의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 매입과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조는 "민간 토지를 강제 수용하겠다는 것은 엄연히 사적 재산권 침해"라며 "서울시는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맞게 경쟁입찰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땅값을 내야 하며, 이를 통해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고용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오전 노조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풍전등화에 처한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시는 공원화 발표를 하고 시세보다 싼 값에 땅을 사려드는 한편 그 대금 마저 2년간 나눠 지불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박원순 시장에겐 대한항공 직원들이 각골의 고통으로 생존권을 지켜내려 노력하는 모습은 안중에도 없느냐"고고 강도 높게 힐난했다.

그럼과 동시에 "항공업계 노동자의 생존권은 생각지도 않는 박 시장과 시 당국의 개입 탓에 송현동 매각이 불발될 경우 기내식 사업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보도를 접하며 대한항공 근로자들은 하루하루 고용불안에 떨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서울시는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민간 토지를 강제 수용하겠다는 것은 엄연히 사적 재산권 침해"라며 "서울시는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맞게 경쟁입찰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땅값을 내야 하며, 이를 통해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고용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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