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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년 담화, 속내는?

2020-06-12 15:12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남한 때리기’를 이어가던 북한이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미국을 향해 엄포를 시작했다. 전날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남북관계에 끼어들지 말라고 일침을 놓더니 12일 리선권 외무상이 첫 담화를 냈다.  

리 외무상은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싱가포르에서 잡았던 손을 계속 잡고 있어야 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해 싱가포르 선언 파기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핵무력 강화 주장은 추후 군사 도발의 명분 쌓기일 수 있다.

다만 리 외무상의 담화는 앞선 ‘김여정 담화’보다 절제돼 있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외교적으로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의 대미 압박은 변함없이 군사력을 키우겠다는 데 맞춰져 있다. 그는 “우리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최고지도부가 지난 당중앙 군사위 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 “실천이 없는 약속보다 더 위선적인 것은 없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핵 선제공격 명단에 북이 포함돼 있고, 미국의 핵 타격 수단이 북을 향하고 있고, 최근 핵전략 폭격기들이 한번도 주변을 비행한 것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리 외무상은 자신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군유해 송환, 억류 미국인 사면 등 조치를 취해온 점을 들며 “더 이상 아무런 대가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날 리 외무상은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자신들이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취한 조치와 현재 미국이 취하고 있는 대북정책을 비교하면서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연합뉴스


하지만 그 담화의 결론은 ‘핵무력 강화’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북미관계는 2년 전에 비해 진전된 것이 전혀 없다는 점도 주지시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2일 “북미 간 합의 실천에서 총론은 있으나 각론이 어려운 것은 이미 지난 하노이회담 결렬로 입증됐다”며 “이런 기싸움은 미 대선까지 갈 것이다. 권정근 담화에서 보듯이 자신들을 건드리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힘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다만 리 외무상은 담화에서 북미 정상간 신뢰, 양측 국민들의 평화‧번영을 향한 염원 등을 언급해 아직도 북미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자신들이 그동안 취해온 조치들을 언급한 것도 북미관계를 대화로 풀 수 있다는 추가적인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

특히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을 안기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더 이상 아무런 대가없이”라고 단서를 단 것은 거꾸로 대가가 있으면 응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기고 있어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역해석도 가능하다.

이렇게 리 외무상의 담화는 압박과 동시에 논리를 담고 있고, 어떤 문구는 엄포와 대화라는 이중적인 해석도 가능해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김여정 제1부부장의 청와대 비난 담화에 이어 이튿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양측은 추가 협상이 필요없을 정도로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교환해왔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 이젠 추가적인 실무협상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이어 “기존 관성대로 북의 선 비핵화를 고수하는 한 대북 적대시 정책들은 완화되기 힘들 것이고, 결국 대북제재 압박정책의 틀을 벗어나기 힘든 것이 미국의 한계”라며 “오는 11월 대선에서 누가 새 대통령이 되든 대북 적대시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는 국내정치 돌파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북미관계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싱가포르 회담은 역사에 남을 획기적인 사건이지만 여러 문제점을 잉태했다”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비핵화의 최종 목표 설정에 실패했고, 합의된 4개 항에 순서를 부여해 세 번째에 있는 비핵화의 추동력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구체적인 합의를 위한 실무조치를 기제화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2018년 6월 11일 북한 노동신문에서 밝힌 싱가포르 회담의 목표가 그대로 공동성명에 포함돼 사실상 북한의 입장이 완벽히 반영된 한계가 있다”며 “지금까지 비핵화의 정의, 목표, 상응 조치 등을 담은 로드맵을 작성하지 못하고 공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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