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자본확충을 단행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원점 재검토에 명분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자본 확충을 추진하며 HDC의 경고를 무시한 독자적인 경영 행태로 보여질 수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발행 주식 총수와 전환사채(CB) 발행 한도를 증액하는 정관 변경을 통과시켰다. 정관 개정안은 출석 주주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발행할 주식 총수는 8억주에서 13억주로 1.5배 넘게 늘었다. CB의 경우 발행 액면 총액을 7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9000억원 확대했다.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주식 총수는 HDC현산의 유상증자를 염두에 둔 선제 조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당초 HDC현산은 매각대금 2조5000억원의 중 약 2조2000억원 가량을 신주 발행에 투입하기로 한 바 있다.
CB 한도는 채권단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4월 코로나19로 자금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을 돕기 위해 1조7000억원의 신규 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이 중 5000억원이 영구 CB 발행으로 이뤄지는데 한도가 부족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약 1년3개월 사이에 3차례나 정관을 바꿨다. 근본적인 이유는 매각 절차를 수월하게 이끌기 위해서다. 정부 지원을 받아 HDC현산의 자금 부담을 줄이고 곧바로 유상증자를 단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친 셈이다.
지난해 6월 임시 주총에서는 발행 가능 주식 총수를 4억주에서 6억주로 CB 발행 한도를 5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조정했다. 올해 3월 정기 주총에서도 발행 주식 총수를 8억주로 늘렸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정관 개정은 재협상을 요구하는 HDC현산의 마음을 돌리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HDC의 경고를 무시한 독자적인 경영 행태로 보여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HDC현산은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가 악화됐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원점에서 인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6280%로, 직전분기보다 4.5배 늘었다. 부채는 13조2041억원으로 증가하며 자본잠식이 상당히 진행됐다.
특히 HDC현산은 "명시적인 부동의에도 불구, 아시아나항공이 추가자금 차입과 부실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결정하고 관련된 정관변경, 임시 주총 개최 등 후속절차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이 우협 대상자인 자신들의 동의 없이 자본 확충 등을 추진했다는 입장이며 산은의 자금 지원도 협의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시아나항공은 정부 도움에 힘입어 부채비율을 일시적으로 낮출 수 있지만 빚으로 빚을 메우는 겪이다. 최종적으로 빚을 감당해야 하는 HDC현산 입장에서는 이같은 아시아나항공의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 할 수 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산 주장에 대해 "거래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신의성실하게 충분한 자료와 설명을 제공하고 협의, 동의 절차를 진행해 왔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적극 부각시키며 재협상을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수 주체를 배제한 자본 확충을 문제 삼는 것은 충분한 명분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C현산에 있어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정관 변경이 협상 조건을 유리하게 하려는 상황에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