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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파탄 위기, 정부는 속수무책

2020-06-15 18:33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남북 정상의 첫 만남으로 탄생한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에도 북한 관영매체들은 “서릿발 치는 보복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며 남한을 압박했다. 노동신문은 “이미 천명한 대로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는 형체도 없이 무너지고, 그 다음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에 위임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평양 옥류관 주방장까지 북한 선전매체에 등장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 “국수를 처먹을 때는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더니”라며 막말한 사실도 전해졌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발표한 이후에도 북한은 남북관계를 파탄내려는 위협 수위를 올리고 있다.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들을 고발하겠다는 통일부의 발표와 청와대 NSC 사무처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발표까지 청와대와 정부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카운터파트로 누가 나설지 등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여정 제1부부장은 14일에도 담화를 내고 “남한이 우리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 해댈 수 있는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며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에 대적사업 연관 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북한이 가장 먼저 비난한 것이 대북전단 살포였고, 이 문제와 관련해 즉각 북의 요구에 응했는데도 남한정부에 지속적으로 압박의 수위를 올리고 있는 것은 북한의 목표가 전단 금지에만 있지 않은데 있다.   

북한이 최근 욕설 섞인 막말로 남한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발표한 여러 담화에서 반복되는 핵심은 지난 1년간 남한정부가 남북협력을 위해 뭘 했냐는 지적이다. 그동안 보여준 남한정부의 의지나 능력을 볼 때 더 이상 기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북한의 맹비난에도 이어지던 침묵을 깨고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있는 시간까지 왔다”며 “남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나가자”고 했으나 북한이 긍정적으로 화답할지 미지수이다.

사실 지난해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예고해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최근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코로나 친서’까지 보냈던 사실을 감안해볼 때 북한이 돌연 얼굴 바꾸기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연합뉴스


북한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1년을 지켜보던 중 최근 남한과 미국의 정세를 감안해 바로 지금 강경 행보를 단행하기로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4.15총선 이후 거대 여당이 들어선 지금 정치구도를 활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에 남한정부가 적극 나서도록 압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우던 북미관계를 파탄내는 것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협상력을 올릴 수 있다고 계산했을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이날 “북한이 판을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서 “북한이 실존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고 판을 바꾸기 위해 전면적으로 돌파해 나가려는 것”이라면서 “북한은 미국의 이중성에 우리가 동조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갈 데까지 가야 남한도 변하고 미국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전술적이거나 협상을 통해 뭔가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북한이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에 강력한 방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까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남한을 비방하거나 남북관계 파탄을 선언하거나 지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맞불’식 대응보다 상황 관리에 주력하면서 북측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관측에는 과거 북한이 간장을 최고도로 끌어올린 뒤 대화에 나섰던 경험이 작용하고 있다.

북한은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매설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을 잇달아 벌이며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후 고위급회담을 제안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북한은 인민군 전선사령부 공개경고장을 통해 “전 전선에서 군사행동이 전면적으로 개시될 것이며, 이는 무차별적인 타격전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대남 위협이 단순한 화풀이 수준이 아니라 대북제재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북한의 결단일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북한경제가 어려워졌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 위기라는 현재 문제와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 벌일 북미협상이라는 미래 문제를 모두 수반하고 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현재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 제1부부장을 중간에 내세워 경제와 행정에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총리, 대미 외교에 리선권 외무상, 대남 도발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에게 책임소재를 분산하며 대내외적 위기 타개책에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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