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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지수 낙제점, 퇴보하는 한국경제

2014-11-05 09:4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지난달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자유경제원의 주최로 한국의 경제자유화 수준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해당 토론회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의 경제자유지수는 7.46점으로 전년 대비 0.02점 하락하였고, 상대적 순위도 32위에서 33위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제자유지수는 2005년 7.46점을 기록한 이후 2010년에는 7.47점, 2011년 7.48점으로 증가해오다 2012년에는 다시 2005년 수준인 7.46점으로 후퇴한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자유로운지, 성장하기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는지, 또 사업하기 좋은 환경인지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경제자유지수이다. 시장경제 전문 연구기관인 자유경제원은 전 세계 89개 자유주의 연구소들과 매년 공동으로 '세계 경제자유(Economic Freedom of the World : Annual Report)’를 통해 전 세계 152개국의 경제자유지수와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경제자유네트워크(Economic Freedom Network)는 실(實)자료를 기준으로 지수를 산출하기 때문에 2012년 자료가 최근 데이터로 활용되었으며, 이 자료를 기준으로 2012년 경제자유지수를 최근 치로 발표하고 있다. 자유경제원은 경제자유네트워크의 한국 파트너로서 매년 세계의 경제자유지수를 국내에 발표하고 있으며, 캐나다의 프레이저 연구소, 미국의 케이토 연구소 등이 여기에 소속되어 있다.

 경제자유지수는 10점 만점으로 평가되며, 지수가 높을수록 경제자유의 정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세부적으로 정부 규모, 재산권 보호, 통화 건전성, 무역 자유, 시장 규제 등 5개 분야의 점수를 합산하여 종합 점수를 도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산권 보호, 무역 자유 분야의 점수는 전년 대비 하락하였고, 정부 규모와 통화 건전성, 시장 규제 분야의 점수는 상승하였으나 종합적으로는 전년 대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인 순위를 살펴보면 홍콩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뒤이어 싱가포르, 뉴질랜드, 스위스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선진국 가운데 스웨덴(32위), 스페인(51위), 프랑스(58위), 이탈리아(79위) 등은 국제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UAE(6위), 호주(8위) 등은 오히려 경제자유지수 순위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국제금융위기로 위축되었던 미국(12위), 아일랜드(14위), 일본(23위) 등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 아이폰6 대란으로 본 단통법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어떤 역효과를 초래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국 휴대전화 대리점·판매점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가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중단을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한편 1980년부터 데이터가 비교 가능한 101개국을 대상으로 한 경제자유지수 전 세계 평균 추이를 살펴본 결과, 2012년 전 세계 경제자유지수 평균은 6.84점으로 전년도보다 0.01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당수의 나라들이 국제금융 위기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임을 보여준다. 또한 경제위기에 올바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종합순위 33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자유도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통화 건전성은 16위로 비교적 높은 수준인 반면 정부 규모는 66위, 재산권 보호는 42위, 무역 자유는 55위로 종합 순위보다 낮았고, 특히 시장 규제는 90위로 5개 분야 가운데 가장 낮은 순위를 보였다. 특히 시장 규제 분야 중에서도 노동 규제는 152개국 중 134위로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의 순위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경제자유지수가 높은 나라들은 대체로 경제성장률도 높은 나라들이었다. 그리고 경제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높은 나라들이 선진국으로 발전 해 왔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 자유도의 증진이 필연적이다. 최근 경제자유지수가 급격히 높아진 나라들은 모두 경제성장률이 높은 나라임을 알 수 있다.

경제자유지수의 향상이 거의 없거나 하락한 나라들은 국가 경제가 정체되거나 후퇴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또한 경제자유지수가 높은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도 월등히 높다. 실제로 경제자유지수가 높은 상위 25%의 국가들은 평균 약 4만 달러의 1인당 국민 소득을 보여주었으며 하위 25% 국가들의 1인당 국민 소득은 평균 약 6300달러로 그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또한 경제자유지수가 높은 나라들은 소득 하위 10% 계층의 소득도 높았다. 경제자유지수 상위 25% 국가들의 경우 소득 하위 10%의 평균 소득은 약 1만 2000달러로 하위 25% 국가들의 소득 하위 10% 평균 소득인 1400달러를 크게 앞질렀다.

또한 그들이 전체 국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자유도가 증진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불평등이 심화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곧 경제 자유도 증진에 의한 경제성장이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제 자유 수준의 표준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경제자유도가 아주 높은 나라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그 최저의 표준은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수준(1인당 국민소득 기준)인 세계 33위 수준이다. 이것을 기저 수준으로 하여 지속적으로 경제 자유도를 높여가야 한다. 이 기준만 본다면 한국의 경제자유지수가 33위라는 것은 간신히 최저 기준을 만족하는 수준임을 뜻한다.

그러나 이 수치에 대해 우리는 몇 가지 측면을 더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이것은 최저 기준으로만 보아야 하며 이 수준에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 더 경제 자유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33위라는 것보다는 우리의 경제 자유가 답보 혹은 후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음으로 위의 수치는 지수의 구성 변수 값들을 그대로 산입하여 측정한 값이다. 그런데 이 지수들을 구성 요소들이 시간에 따라 변동하는 방식으로 계산해보면 2012년 한국의 경제자유지수는 세계 44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경제자유지수는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에 걸맞은 최저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국민소득 수준 및 경제 자유도를 더 확대하여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하는 한국의 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한국의 경제 자유 수준은 갈 길이 멀며 심지어 이것이 답보 및 후퇴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해당 자료는 한국의 경제 자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중요한 세 가지 방향의 시사점을 준다.

첫째, 노동 시장에서의 자유도가 극히 낮다. 현행 노동 시장에서의 자유도 수준은 자유도가 아니라 노동 부문의 '부(不)자유도’라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자유지수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의 자유가 증진되지 않은 채 경제 자유를 향상시키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노-사-정 간 합의의 구조와 방식, 관행, 그에 따른 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한국에서는 “큰 정부”의 경향이 강력하게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큰 시장과 작은 정부”라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 큰 정부는 본질적으로 경제 자유를 억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제 자유도 향상은 궁극적으로 정치 구조에 대해서도 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셋째, 정부 규제 수준이 매우 큰 제약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부 규제 수준은 152개 국가 중 90위일 정도로 그 정도가 심각하다. 이는 다시 ➀금융시장 규제, ➁노동시장 규제, ➂사업 규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중 노동시장 규제, 특히 해고와 해고 수당에 관한 법제화된 규제 수준이 매우 취약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사업 규제 부문에서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자유 자체는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나 이에 따른 행정상 요건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관료제로 인한 비용이 사업자들에게 여전히 부담이 되고 있고 조세 외의 초과비용, 다시 말해 뇌물 및 특혜비용에 대한 부담도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부 규제 부문상의 시급한 문제들이 우선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경제 자유는 답보 및 퇴보를 반복 할 것이다. 그리고 경제 자유가 그렇게 정체 내지는 후퇴할 경우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 가능성은 희박하며 오직 '낡은 중진국’으로 노쇠해 갈 것이다. /윤정호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이 글은 자유경제원 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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