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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째 부동산 정책…문재인 정부와 '규제의 역설'

2020-06-17 17:25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1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대책을 쏟아내며 부동산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5년 동안 30번의 대책을 내놓으며 시장과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결과는 시장의 반격에 KO패했다. 시장경제가 '규제의 역설'을 입증했다.

17일 정부가 발표한 '6·17부동산대책'은 예상을 뛰어넘는 강공책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담은 12·16대책에 비견될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대책은 초점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전세대출까지 전방위적 '돈줄죄기'다.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기대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문 정부는 그동안 20번째의 규제책을 내놨지만 잠시 주춤했다가 오르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미 역대 어떤 정권보다 단기간 많은 규제를 쏟아냈지만 집값은 되레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6일 시중에 풀린 부동자금이 113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라는 초유의 글로벌 위기에도 집값이 꿈틀거리는 건 시중에 풀린 엄청난 유동성 때문이다.  

여기에 초저금리 상황까지 겹치면서 돈의 값어치가 떨어지는 만큼 자산가격은 뛰고 있다. 생산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돈이 몰리니 가격이 뛰는 자연스런 시장경제의 양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1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대책을 쏟아내며 부동산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결국 정부가 시장 상황을 무시한 채 결국 온갖 규제로 수요를 억제하면서 공급부족을 키운 것이 화근이다. 집값 상승을 투기 수요로만 바라보는 단편적인 접근이 정부의 조바심을 부추기고 있다. 수요공급의 원리를 제쳐놓고 세제·금융·매매 관련 규제란 규제는 총동원했다.      

6·17대책에서 서울·인천 전 지역과 경기 대부분은 물론 대전 청주까지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여기에 서울·수도권 재건축 조합원 자격(분양권) 강화, 부동산 법인·갭투자 금융대출금지 및 요건 강화 등 총망라됐다. 거래절벽과 함께 실수요자들조차 금융지원을 받을 수 없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투기와의 싸움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는 식의 오기가 반시장적인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정부에서 잡을 자신이 있다"고 국민 앞에 공언했다. 장관, 청와대 인사들까지 나서 부동산 안정을 장담하며 "사는 집 아니면 다 파시라"고 했다.  

부동산과 전쟁을 선포한 정부, 정치권과 말이 신뢰를 잃은 것도 시장의 반란을 부추긴다. 더불어민주당은 4·15총선전 다주택자를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21대 당선 의원 중 다주택자는 43명이다. 3주택 이상을 가진 의원도 10명에 달하고 5채의 주택을 가진 의원도 있었다.

야당인 통합당 다주택자 의원도 41명에 달한다.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청와대 참모진과 중앙부처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3명 중 1명이 2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주택을 팔라고 외치고 온갖 규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진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시장은 결국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시장 안정을 위해선 막대한 유동성과 공급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일이 우선이다. 서울 등 인기지역의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층고와 용적률 규제 완화만으로도 서울지역 아파트 공급은 크게 늘릴 수 있다. 규제보다 지역별·계층별 다양한 맞춤형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2019 주거실태조사'에서 '내 집을 꼭 마련하겠다'는 응답자는 84%로 역대 최고치였다. 정부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 공급이 충분하다고 강변하지만 최근 발표된 자가보유율은 61%대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소득이 높아질수록 더 넓고 좋은 집, 더 좋은 입지 등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심리적 목표와 좌표는 다양하다. 이런 점을 무시한 채 '숫자 놀음'으로만 바라보는 정부의 단견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규제보다 시장친화적인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규제를 만들기 전에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보라. 내가 가진 집은 투자였을까? 투기였을까? 집 있는 사람들의 '쇼'로 비춰지지는 않을까.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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