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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연합, 뒤늦게 한진칼에 딴죽…항공업계 "회사부터 살리고 봐야"

2020-06-18 11:17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 로고../사진=대한항공·각 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구성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이하 3자연합)'이 한진칼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결정에 대해 뒤늦게 반대 입장을 내놨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3자연합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3000억원을 보유자산 매각과 담보대출을 통해 마련한다고 했던 것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수단 마련을 위한 시간 끌기용 허언에 불과했다"고 힐난했다.

한진칼 이사회는 4개월 전 각종 유휴자산을 시장에 내놓기로 의결했다. 또한 지난 1일 3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방식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의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보유한 왕산레저개발 지분과 종로구 송현동 호텔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3자연합 측은 "한진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KCGI 아이디어를 모방한 '비전 2023'을 내놨으나, 그 어느 것도 지켜진 게 없다"며 "시장에 헛구호를 남발할 게 아니라 실천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 보잉 747-8i 여객기/사진=대한항공



이에 한진그룹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 건은 서울시의 느닷없는 문화공원 조성안 탓에 매각 계획상 차질이 빚어졌고, 2차 입찰을 진행할 것"이라며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3자연합은 "주주들에게 매번 증자를 요구하거나 차입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진칼의 자산 매각 일정이 밀린다면 대한항공이 채택한 방식과 같게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것이며, KCGI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두 차례 공문으로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덧붙여 "(3자연합을 포함한) 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시간을 늦춰 주주배정 유상증자 기회를 의도적으로 날려버렸다"고 비난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추진 중인 BW는 현실성이 높다고 판단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결정한 문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BW 발행을 추진하겠다고 나선지 2주일 하고도 3일이나 지난 시점에서 이런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3자연합은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 대표이사가 된 이후 7년 간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2013년 말 736.4%에서 지난 3월 말 1222.6%로 치솟았다며 신용등급이 A0에서 BBB+(하향검토)로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진칼의 신용도까지 떨어뜨릴 셈이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와 관련,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좋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대신 BW를 선택한 것은 적은 돈으로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신주인수권만 모아두려는 속셈"이라며 "주주가치를 희석시키는 결정"이라고 힐책하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정류 중인 대한항공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3자연합이 주장하는대로 부채비율이 1222.6%까지 상승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충격 탓이라는 게 항공업계 중론이다. 또 지난해부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항공기 운용리스료가 포함돼 부채가 크게 늘어나보이는 착시효과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경영 상황에 따라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017년 말 기준 557%까지 낮아지기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같은 업계의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의 경우 지난해 말 각각 1386%, 811%이던 부채비율이 6279%, 2064%로 급증했다. 이에 비하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 증가세는 나름 선방했다는 평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자연합이 이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BW가 흥행할 조짐을 보이니 자신들이 참여한다 해도 배정 물량이 적을 것이라는 위기감의 발로"라고 평가했다.

3자연합은 "현 경영진은 특정주주가 아닌 회사 및 전체 주주의 이익을 우선시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외에도 현 경영진이 정상적인 방법을 통한 한진그룹 정상화에는 관심이 없고, 기존 주주 권익과 회사의 신용도를 저해하는 자신의 지위를 보전하는 데에만 중점을 둔다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사실상 조원태 회장을 공개 저격하는 셈이다. 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우선 그룹 전체가 유례 없는 코로나 사태로 흔들리는 만큼 회사를 살리고 나서 주주 가치를 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KCGI를 비롯한 3자연합은 자신들이 한진칼의 모든 주주들을 대표하는 것처럼 소개한다"며 "회사 경영 정상화보다 투자 수익금을 챙겨가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은 전형적인 투기세력임을 방증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 대한항공은 숨 넘어가기 직전의 상황이고, 유동성 위기 극복이 관건인데 서울시 탓에 부지 매각도 어려워진 모양새"라며 "3자연합이 한진칼 제1대 주주라며 자구안에 대해서도 간섭하는 것은 기업 윤리에 위배되는 행위"이라고 일갈했다.

허 교수는 "심지어 UFC와 같은 격투기에서도 부상입은 선수는 때리지 않는다"며 "사실상 존폐 기로에 서있는 기업을 단기적 목적만을 취하기 위해 계속 공격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일침을 가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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