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으로 은행권의 전세대출받기가 어려워지면서 그에 따른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전세자금을 활용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하고,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전세대출 문턱을 한층 더 높였다. 이에 따라 자금 수요자들이 신용대출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 전세대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 3월말 전세대출 잔액은 86조2534억원으로 전월말과 비교해 2조2085억원 늘었다. 2월말에는 전월보다 2조1292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이 두 달 연속 2조원 이상 증가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전세대출이 갭투자에 활용돼 전세값을 밀어올려 결과적으로 집값을 상승시킨 요인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집값 안정화를 위해 이번에 발표된 부동산 대책도 ‘갭투자 차단’에 초점을 맞춰 수도권 등 규제지역의 전세대출 조건을 한층 강화했다.
다음 달 중순 이후부터는 수도권 등 규제지역에서 시가 3억원 이상의 주택을 매입하면 전세대출이 불가능해진다. 또 전세대출을 받은 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있는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대출이 즉시 회수된다. 현재 시행중인 시가 ‘9억원’ 이상 주택에 적용됐던 규제기준이 ‘3억원’으로 상향된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이 시행되면 은행의 전세대출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규제지역 확대와 전세자금 대출 부증 제한 등은 은행권 가계대출 성장의 제약요인을 작용할 것”이라며 “최근 대출 성장세가 유동성 및 운전자금 확보를 위한 기업 대출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가계대출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세대출을 옥죄면서 이에 따른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전에 없던 강력한 전세대출 규제 카드를 내놓으면서 전세자금대출 증가세는 꺾일 전망이다”면서도 “대신 전세대출에 막힌 자금 수요자들이 신용대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신용대출 금리도 낮아진 상황이라, 전세대출 규제에 따른 돌파구로 신용대출로 눈을 돌릴 경우, 신용대출이 급증할 여지가 높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