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4.15 총선 참패 여파로 의석수 열세를 실감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이 어딘가 점점 더불어민주당을 닮아가는 모양새다.
통합당은 기존 좌파정책으로 치부돼오던 '기본소득' 이슈를 선점해 정치권을 한 차례 뜨겁게 달군 데 이어 이번엔 당 정강·정책도 '민주화' 강화 및 '5.18 정신' 포함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은 지난 18일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개정특위) 첫 회의를 열고 당의 정체성 변모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 통합당 비대위 산하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가 지난 18일 첫 회를 가졌다./사진=미래통합당
이날 회의에선 '시장경제'와 '안보'를 강조했던 기존 정강정책과 달리 '민주화'를 포함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강정책은 당의 노선 방향을 결정하는 가치와 철학을 담는 것으로, 말 그대로 당의 뿌리와 '정체성'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통합당의 정강·정책 서두엔 "미래통합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통해 발전해온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승발전시킨다",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북핵 위협을 제거하여 진정한 평화를 이루고 헌법가치가 구현되는 통일을 지향한다"고 적재돼있다. 그러나 '민주화' 단어는 전문에 포함돼있지 않다.
김병민 통합당 비대위원 겸 개정특위 위원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대한민국 역사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국가라는 걸 부정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2012년도 정강정책엔 산업화와 민주화가 동시에 명확히 명시돼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2012년 대선 승리이후 당 정강정책에서 '민주화'라는 용어가 빠지고, '민주화'가 민주당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는 부분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 김 위원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5.18 정신'의 폭넓은 포용을 특위에서 고민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위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선 이에 대한 질문에 긍부정 없이 즉답을 피하며 '민주화도 대한민국의 역사'라는 점만 누차 강조했다.
그럼에도 '5.18 정신'은 통합당 개정특위에서 활발하게 논의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지난달 18일 당의 새 원내지도부는 첫 공식 활동으로 광주에서 열린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방문,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한 바 있다. 아울러 광주 방문 및 '반성' 담론을 주장한 천하람·김재섭 당시 청년비대위원도 현재 개정특위 위원으로 포함돼 있다.
다만 일련의 움직임에 한 청년 당원은 '미디어펜'에 '투항주의'적 모습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당은 지난 16일 '5.18민주화운동특별법 입법 공청회'를 열고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과 다른 주장은 허위 사실로 규정, 이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을 공개해 논란을 초래했던 터다.
개정안은 특별법에 허위사실 유포 금지 조항을 추가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정책위원회와 의원총회 검토를 통해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정안이 실제 입법될 경우 학문·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극심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통합당은 이에 대한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도리어 정강정책을 '민주당 닮은꼴'로 탈바꿈하려 한다는 것이 일각의 지적이다.
또한 개정안은 '5.18'에 대한 더욱 객관적이고 자세한 자료가 발굴돼도 '역사적 사실'을 떠나 정치투쟁의 결과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험이 내포돼있다. 결국 정치투쟁 세력이 '역사'를 권력의 도구로 삼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임종화 청운대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통합당은 앞으로 야당으로서의 역할은 하지 않은채 자리 지키기에만 급급, 민주당의 모든 담론에 동참해줄 것"이라며 "그 현상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