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61.3%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서대문을).
그러나 19일 오전 국회에서 만난 김 의원은 높은 득표율만큼이나 무거운 중압감과 책임감을 느끼는 듯 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3전4기 끝에 '금배지'를 단 그의 이력 때문일까, 그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기 때문에 과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오히려 두렵다"고 말했다.
그의 개인적·정치적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친 고(故) 후농 김상현 의원에 대한 회고부터 김영호 의원의 정치 여정까지 그의 개인사에 좀 더 집중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 한중 수교 후 1호 북경대학교(국제정치학) 유학생 출신으로 21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직을 맡게 된 만큼 북한 문제 등 정치 현안에 대한 김 의원의 견해도 함께 들어보았다.
= 김영호 민주당 의원(김 의원) : "어릴 때부터 중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있었다. '삼국지', '초한지', '수호지' 등 중국 고전을 보면서 관심만 있다가 마침 중국과 수교가 이뤄지면서 베이징 대학으로 유학을 가게 됐다."
- 미펜 : 중국에서 공부할 때 정치를 해보겠다는 꿈을 가지게 된 건가.
이번 21대 국회 전반기에 외통위 여당 간사를 맡은 김 의원의 궁극적인 정치의 지향점은 통일 한국에 있다고 한다./사진=박규빈 기자.
= 김 의원 : "아버지(고 김상현 전 의원) 이야기는 잘 안 하려고 하는데, 정치라는 건 아버지가 하셨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친근감이 있었다. 부친의 영향으로 정치를 너무 친숙하게 생각해서 내가 제일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3번의 낙선도 바로 이런 무지함에서 도전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정책 하나로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기뻐하고 꿈을 갖는 것을 어릴 때부터 지켜봤다."
- 미펜 : 아버지이신 김상현 전 의원 시대의 정치와 지금 김 의원의 국회 정치는 어떻게 다른가.
= 김 의원 : "아버지가 정치했던 시기는 군사독재 기간이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군사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부친이) 강력하게 투쟁하는 것을 보면서, 또 개인과 가족의 행복이나 심지어는 목숨까지 바쳐가면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그 저항과 투쟁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에겐 의로움과 히어로 같은 모습으로 비춰졌다.
어린 나이었지만 시대정신이나 역사의식을 갖게 된 건 부친의 영향이 크다. 정치라는 게 정의롭게 받아들여졌고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힘이 돼주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디테일한 정치 서비스가 필요하다. 한 명의 사회적 약자라도, 제도권 범위에서 도움 주지 못하는 국민 한 명이라도 정치권이 도와주고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있는 디테일한 정치 서비스 필요한 것이다. 히어로보다는 '날개없는 천사'가 필요한 시대. 현재 국회란 영역은 날개없는 천사의 시대가 된 것 같다."
- 미펜 : 고(故) 후농 김상현 전 의원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김 의원 정치 입문 동기에 부친의 영향이 상당이 컸을 거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데.
= 김 의원 : "아버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불가능은 없다'라는 걸 만들어낸 정치인이었던 것 같다.
아마 대한민국 영화인 포함해서 영화를 제일 많이 보신 분이 아버지라고 생각하는데, 아버지 정치의 핵심은 책과 영화 속의 '상상력'이었다고 본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버지에 대해 인정했던 것이 '상상력의 정치'.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아버지의 정치적인 특유의 기질이 있다고 본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도 이 맥락이다.
아버지는 16세 때 부모님을 모두 여의셨다. 고등학교를 중퇴해 혈혈단신 호남에서 상경했을 때도, 미래에 대한 꿈과 상상을 현실화시키는 집념이 있었을 것이다. 학연 지연 혈연 중 아무 것도 없었지만 문화예술, 학계 등 다양한 방면의 최고 전문가들과 교류하면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졌다. 선천적으로 낙천적이고 사람을 참 좋아하셨다. 종교적으로도 신앙적이어서 새벽 미사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 20대 국회 때만하더라도 부친인 고 후농 김상현 전 의원에 대한 이야기를 아끼는 편인 김 의원은 부친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내비치고 있었다. 김 의원 뒤로 미소짓고 있는 사진이 김상현 전 의원이다./사진=박규빈 기자.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게 있다면 이런 상상력과 공감 능력이다. 예전에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들이 광화문에서 오열할 때 다른 분들은 눈물 나오는 것 애써 참으시더라. 난 이럴 땐 같이 눈물 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로의 현장에선 그런 감정 숨기지 않으려고 한다."
- 미펜 : 야당 여당 다 경험해보고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
= 김 의원 : "내 체질은 야당에 맞는 것 같다.(웃음) 아버지도 정치 인생 40년 동안 여당이었던 건 2년 정도밖에 안 됐을 거다.
투사의 야당 정치인이 되겠다 생각해서 박근혜 정부 말기 촛불 집회 한 번도 안 빠졌다. 야당 시절엔 상대 정당의 실책과 허점에 대한 강력한 문제 제기를 했는데 막상 여당이 되니 발언에 대한 책임감과 중압감이 크다. 사실 여당 의원으로서 방어할 때 스스로 낯 뜨거울 때도 많다.
그렇지만 정당은 정권 창출이 목표인 만큼 유지를 해야 하는데 이번 총선에서 과분한 사랑을 받은 만큼 책임감에 대한 무게도 더 크다. 감사한 마음만 가져야지 자만하는 순간 나 개인도, 민주당도, 정부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 미펜 : 21대 국회에서 외통위 여당 간사로 활동하게 됐는데.
= 김 의원 : "내가 정치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통일 한국을 앞당기는 것이다. 중국에서 유학했기 때문에 한중 관계도 관심이 많지만 당시 북한 학생과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대북 정책은 물론, 남북 관계에 대한 미국의 역할에 관심이 많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세미나를 기획하고 있는데 7월 6일에 김흥규 아주대 교수와 '미중 전략경쟁과 지정학의 귀환' 주제로 강연이 있다. 예전엔 중국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미중 관계를 같이 보려고 한다."
- 미펜 :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에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향후 전망은.
= 김 의원 :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정성을 기울였던 게 남북 관계인데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건 '판문점 선언'이 허물어졌다는 북한의 메시지를 정확히 한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감수하고 있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가령 일일 정제유의 국내 소비량은 24만 베럴인데 2017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에서 북한에 허용한 '연간' 정제유 수입량은 50만 베럴이다. 우리의 이틀 사용 분량으로 북한은 1년을 사용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역지사지 해보면 경제·체제 불안을 겪고 있는 북한 입장에선 탈출구를 위해 큰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고 본다.
대북 정책에 대해선 책임론보다는 쇄신론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외교 안보 라인과 외교안보 전략전술을 구축해서 새롭게 접촉하면 북한도 새로운 인사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거라 본다.
그리고 미국과 이견이 있더라도 한미 간에 우리의 주장을 더 강력하게 피력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김정은 위원장 자체도 트럼프와의 담판을 통해 해결하려는 의지가 일정 있었는데, 우리 민족끼리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는 일을 같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영호 의원은 대북 긴장감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강경한 태도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유지라는 투트랙의 전략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박규빈 기자.
우리는 대북 정책에 관해선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북 합의를 위반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국방부가 사상 최고 수위의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 당과 정부는 지금까지 견지해온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원칙과 의지를 눈치 보지 말고 강력하게 하나하나 밟아나가야 한다고 본다."
- 미펜 : 마지막 질문이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힘겨운 상황이다. 만약 김 의원이 현재 통합당 재선 의원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겠는가.
= 김 의원 : "내가 최소한 저쪽 당 대표가 된다면 왜 참패했는지 철저한 반성부터 할 것 같다.
법제사법위원장에 대한 통합당의 주장은 일견 이해가 된다. 그간 국회 관행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모든 상임위원장을 다 할 수 있는 여건이 된 것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자신들 입장에선 허탈하겠지만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간 사실은 빨리 인정해줘야 한다. 우리 당이 과도한 면이 있다면 그건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고 미래를 위해 야당이 결단하면 국민 마음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공교롭지만 지금 외교안보가 어려운 시국이 역설적으로 보수 정당의 가장 좋은 환경이다. 관련 상임위에 보수 정당이 위원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건 자신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보수 정당이 가장 가치를 두는 분야가 외교안보 통일인데 방치하는 거나 다름없지 않나.
그런데 (통합당의) 결단이 어려운 것이 너무 소수의 극우 세력에 대한 눈치보기가 심한 것 같다. 그 세력과는 관계를 끊고 합리적인 보수 정당으로 다시 바뀌어야 한다. 지금 시간끌기 밖에 안 되는데 야당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