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이 6년차를 맞고 있다. 그동안 투기 관행 등으로 거래가격이 급등해 관련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제도의 실효성 문제까지 지적되며 구조 혁신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산업계는 내년 탄소배출권 거래제 3차 계획 시행을 앞두고 전략 짜기에 분주하다. 유상할당 확대, 파생상품 도입 등 시장을 둘러싼 변수는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뉴딜 정책' 재원을 위해 탄소 감축 대상 기업들을 더욱 옥죄일 것이라는 우려도 다온다. 미디어펜은 '탄소거래 5년' 시리즈를 통해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탄소배출권 거래제 3차 계획기간을 6개월 앞둔 가운데 정부 주도의 정책에 대한 현장의 우려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2차 기간 연평균 6억9000만톤에 달했던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이 3차에서는 2500만톤 가량 줄어드는 등 규제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거래량 부족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3차 참여 △유동성 조절 △파생상품 도입 △해외감축실적 활용 인정을 비롯한 '완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상할당량이 현재 3%에서 10% 이상으로 급증하는 등 수급밸런스 자체가 악화될 경우 이같은 조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유분을 지닌 업체들이 기존에는 배출권 가격 상승에 따른 판매수익 향상을 노렸다면, 향후에는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거래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올 1분기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의 매출이 전분기 대비 1.9% 감소하는 등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강도높은 규제를 밀어붙여야 하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된 2분기에는 실적이 더욱 하락할 공산이 크고, 하반기 역시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경제전망이 밝지 않은데 원가경쟁력을 낮춰야 하냐는 것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급감했으나, 대기 중 CO2 농도가 높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사진=픽사베이
업종·업체별 희비가 엇갈리는 것도 해소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정유·디스플레이에서는 각각 294만톤·102만톤의 배출권이 남은 반면, 발전·철강분야는 288만톤·92만톤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포스코는 배출권이 부족하지 않았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해 비용 부담을 안았지만,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등은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정부와 업계의 소통 부족을 지목했다. 국내 산업경쟁력과 설비 현황 및 업종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철강·석유화학 업계 등은 이미 집진설비와 비산먼지 저감장치를 비롯한 고효율 첨단설비를 갖춘 탓에 추가적인 감축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역시 기체를 최신 모델로 바꾸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며, 이를 실행할 경우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하이브리드·전기식 항공기 엔진이 개발 단계에 있으며, 대형 여객기에는 적용하기 힘들다는 점도 언급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10% 이상 감소했음에도 대기 중 농도가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등 지구온난화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도덕적 주장이 과학적 입증을 억누르고 정책화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해진 기한 내에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가격의 3배를 과징금으로 내야 하는데, 이를 친환경설비 투자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는 등의 대책도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