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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구성부터 극한 대치, 21대 국회에 ‘정치’가 사라졌다

2020-06-22 11:43 | 조성완 기자 | csw44@naver.com
[미디어펜=조성완 기자]21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길어지고 있다. 법사위원장을 두고 양측이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꼬인 실타래가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에서 정치가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여야 모두 원 구성을 두고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이번주 안에 원 구성을 마무리하겠다며 강행 처리를 시사했다. 미래통합당은 ‘상임위원장 18석을 모두 가져가라’며 맞불을 놓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임위원회 구성을 끝내고 다음주에는 3차 추경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건 협상이 아니고 양보할 일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이 대표는 통합당을 향해서도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결코 놓치지 말고 정상적 국회 활동을 통해 입장을 개진해 나가길 바란다”며 “민주당은 인내의 한계가 있고 국민들도 인내의 한계가 있다”고 압박했다.

통합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에게 주고 상임위에 들어가서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의회의 권력 견제장치인 법사위원장을 갖지 못한다면 나머지 상임위원장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1일 복수의 언론과의 통화에서 “상임위에 들어가면 의견 개진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강경 대치를 두고 결국 ‘정치력의 부재’라는 시각이 강하다. 과거 원 구성 협상 타결의 실마리가 됐던 ‘양보와 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1987년 개헌 이후 가장 빠른 원 구성을 이뤘던 2016년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는 여야 모두 ‘통 큰 양보’를 했다. 당시 여당의 최다선이었던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의장직을 포기했고, 야당이지만 원내 1당인 민주당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여당이자 원내 2당인 새누리당에 양보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사진=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제공


대선을 앞둔 2012년 19대 개원 협상에서도 여야의 양보가 핵심이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이한구 원내대표는 야당인 민주당이 원 구성과 연계해서 요구한 민간인사찰과 MBC파업 국정조사를 큰 틀에서 받아들였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민간인 사찰’ 국조 특위 위원장을 여당에 맡기고 MBC 파업 국정조사를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로 낮추면서 한발 물러섰다. 

80여일간 사투를 벌였던 지난 2008년 18대 원 구성 협상에서는 여야 원내대표 간 마라톤 대화가 결국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72석의 여당을,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81석의 야당을 이끌었다. 광우병 사태로 극한의 대치 중에도 홍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개원’을 강조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원 원내대표와 마라톤 협상을 벌여 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3선을 지낸 한 국회의원은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정치의 묘미는 대화와 양보를 통해 극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결국 가진 자가 하나라도 더 양보를 하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이번주 중에 통합당의 국회 소식들이 보도되고 있다. 대화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다만 ‘양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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