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미래통합당이 여권발(發)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압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을 제친 채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통합당은 '윤 총장 때리기'에 대한 "잘 짜여진 시나리오가 돌아가고 있다"고 날을 세우며 문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은 연일 '윤 총장 때리기'에 앞장서며 '자진사퇴' 공세까지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나라면 자리에서 물러났을 것"이라며 윤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 민주당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의 대표직을 지냈던 우희종 서울대 교수도 지난 20일 "눈치가 없는 것인지, 불필요한 자존심인가"라면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서 있으라"고 윤 총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왼쪽)과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 교수가 연일 '윤석열 사퇴' 압박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권부에 성역이란 없다. 눈 밝은 시민들은 검찰총장을 응시하고 있다"며 "진실과 정의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을 직시하고 이제 껍질을 벗고 응답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현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된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설훈 최고위원과 우희종 전 시민당 대표 등 여권 일부에서 윤 총장의 사퇴를 촉구한 데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국회가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은데 중요하지 않은 일에 자꾸 에너지를 쏟아부을 필요가 없다. (윤 총장은) 물러날 분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또 "(윤 총장에게) 물러나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대통령 한 분밖에 없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말해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사퇴를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여권과 윤 총장 사이에 재점화되는 갈등은 표면적으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재수사'를 둘러싼 윤 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간의 불협화음이다.
추 장관이 한 전 총리의 재판과 관련된 중요 참고인을 대검찰청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도록 지시한 지 이틀만에 윤 총장이 해당 사건을 인권부에 재배당하자 양자 사이에 갈등이 재차 불거진 것이다. 법무부는 이 '지시'가 '지휘권 발동'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추 장관의 지시는 '검찰의 독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윤 총장 찍어내기'가 다음달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시행이라는 정책적 요소와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라임자산운용 등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가 맞물리면서 이에 대한 탄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행상 야당 몫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을 민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여 끝내 가져간 것도 '검찰 길들이기'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통합당은 윤 총장을 직접 임명했던 문 대통령의 '분명한 태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재신임을 분명히 밝히든지 어떤 조처를 하든지 둘 중 하나를 해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며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절대신임을 갖고 임명한 자다. 거취 문제는 오로지 임명권자인 대통령 혼자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또 "어떻게 정치권에서 피상적으로 '나 같으면 사퇴를 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고 있느냐"고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을 질타하며 "4.15 총선이 윤 총장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모순되고 딱하게 보인다. 문 대통령이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관찰자 입장에서 보면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잘 짜인 시나리오 하나가 돌아가고 있다"며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김종빈 검찰총장이 여당과의 충돌 후 자진사퇴했던 사건을 거론했다.
2005년 당시 천 장관은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는 내용의 글을 유포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하라고 검찰에 지시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강 교수에 대해 구속 수사 의견을 낸 상태였다. 이에 김 총장은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했다.
조 의원은 "여당이 지금 기대하는 것은 김 총장이 법무부 장관하고 '수사 지휘권' 문제 때문에 충돌하고 나서 옷 벗은 것을 (윤 총장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김 총장은 당시 천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에 대해서 마음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받아들이고, 그 자존심 또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옷을 벗어버렸다"고 말해 현재 '윤 총장 자진사퇴 압박' 사태에 대입해 설명했다.
통합당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 제거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럴 거면 검찰총장이 왜 필요한가. 법무부 장관이 그냥 '법무총장' 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통합당은 여권발(發) '윤 총장 때리기'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말이 빈 말이었음을 고백하거나 직접 해임하라는 지적이다./사진=미래통합당
그러면서 원 지사는 "여권의 윤 총장 공격은 이미 문 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수사하라'는 말이 빈 말이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당당하게 윤 총장을 해임하라"고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이어 "문 대통령에게 묻는다. 대통령의 침묵은 시나리오의 묵인인가? 아니면 지시한 것인가"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통합당과 더불어 야권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윤 총장 지키기'로 하나가 된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당을 향해 "'윤 총장 탄압 금지 및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공동 제출하자"고 제안했다.
나아가 안 대표도 문 대통령을 향해 "여당 최고위원과 중진들까지 나서서 '나 같으면 그만 둔다'고 압박하는데 이것은 청와대의 뜻인가"라고 반문하며 "범죄 피의자는 광역시장 하고 국회의원 하는데 수사를 지휘하는 윤 총장은 집에 가라고 하는 게 검찰개혁인가"라고 비판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