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화 이글스가 삼성 라이온즈에 뼈아픈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9회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당한 역전패, 이 경기에서 한화가 꼴찌인 이유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화는 24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 원정경기에서 2-3으로 졌다. 2-1로 앞서고 있던 9회말 2사 후 구자욱에게 동점타, 이학주에게 역전 끝내기 안타를 맞고 당한 허망한 역전패였다.
이날 패배로 한화는 3연패에 빠졌고 10승 34패로 꼴찌 탈출이 여전히 요원해졌다.
경기 내용상 한화의 역전패는 한두 가지가 꼬여서 생긴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운이 없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현재 한화의 팀 분위기나 전력상 문제점, 고민거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결과였다.
한화는 이날 선발 장시환이 5이닝동안 무려 116개의 공을 던지면서 7안타 2볼넷을 내주고도 1실점밖에 하지 않는 역투를 했다. 이어 등판한 황영국 박상원이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계투했다.
한화 타선은 1회초 김태균의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뽑고, 2회초 최재훈의 솔로포로 추가점을 냈다. 삼성이 5회말 1점을 만회했지만 한화의 2-1 리드는 유지됐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마무리 정우람을 8회말부터 마운드에 올려 한 점 차를 지키기 위해 2이닝 투구를 맡겼다. 정우람은 기대대로 8회를 잘 넘겼고 9회말에도 2루타를 하나 맞았지만 투아웃까지는 잘 잡았다. 그런데 9회말 2사 2루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박해민에게 초구를 던진 뒤 정우람이 마운드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며 발목을 접질렸다. 고통을 호소한 정우람은 피칭을 이어가지 못하고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예기치 못한 상황 속 한화는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이현호를 급히 구원 등판시켰다. 이현호는 제구가 제대로 안돼 폭투를 범하며 2루주자 박계범의 3루 진루를 허용하고 박해민을 볼넷 출루시켰다. 2사 1, 3루가 된 다음 구자욱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2-2 동점을 내줬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 한화 마운드는 윤대경으로 바뀌었다. 윤대경은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4번타자 이원석을 평범한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경기가 연장전으로 넘어가는가 했던 순간, 8회 수비부터 교체 투입됐던 유격수 박한결이 공을 글러브에서 빼내는 과정에서 떨어트리고 말았다. 결정적 실책이 나오면서 2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다.
이미 분위기는 삼성으로 넘어갔다. 윤대경은 결국 이학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고, 삼성에겐 짜릿하고 한화에겐 허탈한 끝내기 승부가 연출됐다.
정우람이 갑작스럽게 부상으로 물러난 것은 한화의 불운이라 할 수 있지만, 8회부터 마무리를 투입해야 하는 한화의 열악한 마운드 사정이 부른 비극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현호 윤대경 두 명의 투수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고 동점, 역전을 허용한 것이라든지 유격수 박한결의 이어없는 실책은 현재 한화가 안고 있는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거슬러 올라가면, 2-0으로 앞서고 있던 3회초 공격 무사 1, 2루의 추가 득점 기회에서 삼중살을 당한 것도 아쉬움을 키웠다. 최진행이 친 3루 땅볼을 잡은 최영진이 3루 베이스를 밟고 2루수-1루수로 연결되는 삼중살 플레이를 실시했다. 1루주자 김태균이 2루에서 아웃됐고, 타자주자 최진행은 1루에서 세이프가 됐다.
하지만 김태균이 2루로 슬라이딩해 들어가며 2루수 김상수의 1루 송구를 방해했다는 판정이 나와 최진행까지 아웃되면서 그대로 이닝이 끝났다. 김태균의 습관적이고 사소했던 주루플레 실수 하나가 공격흐름을 끊어놓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투·타와 수비, 주루 모두 부실한 꼴찌 한화의 서글픈 현실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