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26일 사흘째 대남 비난을 멈춘 가운데 매년 6월25일마다 열던 반미 군중집회를 3년째 개최하지 않았다. 파국으로 몰아가던 남북관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미국에 대해서도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인지 주목된다.
통상 북한은 매년 6.25 전쟁 발발일인 6월25일부터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27일까지 ‘반미 공동투쟁 월간’으로 지정하고 첫날인 25일 평양과 지방에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어 왔다.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으로 북한이 대대적인 반미 집회가 예상되기도 했다.
26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북한 주요 매체들은 6.25전쟁 70주년 관련 행사를 보도하면서 반미 군중집회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의 경우 이날 1면에 6.25전쟁 70주년 관련 행사로 전국 각지에서 각 계층의 ‘조국해방전쟁’(6.25) 참전열사묘 참배가 이어졌다는 소식을 사진과 함께 실었다.
북한 노동신문은 6월 20일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소식을 1면에 전하면서 입원병동과 외래병동 구획의 공사를 결속(완료)해 외부 미장작업 과제의 80% 계선을 돌파했으며, 골조 공사도 마감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조선중앙통신도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 참배만 보도했고, 전날 조선중앙TV는 참전열사묘 참배와 함께 전승기념관 관계자들의 회고를 다뤘다.
북한이 6월25일 당일에 반미 군중집회를 열지 않은 것은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3년째이다.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이례적으로 반미 군중집회를 열지 않았던 것을 올해까지 이어오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없이 결렬된 작년에도 반미 군중집회는 열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북미대화의 교착 국면이 길어지고 있고, 최근까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간 상황에서 반미도 군중집회를 생략한 것이어서 남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북측의 추후 대응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북한은 전날인 25일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외무성 군축·평화연구소 보고서를 발표해 ‘하노이 노딜’ 이후 유지해온 대미 입장을 재확인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 회담 후에도 미국이 북한을 겨냥한 핵 위협과 적대정책에 더욱 매달렸다”며 “미국에 맞서 힘을 계속 키우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이 담화나 보고서 등을 통해 미국에 지속해서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직접적으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점은 향후 북미협상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