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큰 고비를 넘겼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했다. 사법 리스크가 축소되면 이 부회장이 ‘뉴삼성’의 혁신 고삐를 강하게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개최된 수사심의위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승계 관련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 및 불기소를 의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삼성전자 반도체 미래전략과 사업장 환경안전 로드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수사심의위 결정은 강제성이 없다. 이 때문에 당초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와 관계없이 기소를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1년8개월여간 수사를 벌여온 검찰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검찰 내부 기류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2018년 제도 시행 이후 앞서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수용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참고해 조만간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검찰이 불기소를 결정하면 이 부회장은 미래 경영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시장에서 위기극복 전략을 마련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총수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며 “핵심 산업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삼성은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도 신사업에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은 비상 경영체제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전쟁, 한·일 갈등 고조의 영향권에 놓이면서 악재가 겹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물론 신성장사업도 경고음이 울리는 상황이다.
최근 이 부회장은 현장 경영을 강화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와 무선사업을 시작으로 각 사업부를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도전’과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흔들려 초격차 리더십을 유지하지 못하면 삼성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인공지능(AI) 세계 최고 석학을 연구개발(R&D) 수장으로 영입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 강화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으로도 삼성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특급 인재 영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미래 기술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는 인수합병(M&A) 작업도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2016년 11월 미국의 정장기업 하만을 마지막으로 대형 M&A 시장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최근 글로벌 IT 공룡들은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며 M&A를 통해 성장 동력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기술 기업들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삼성도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기술 기업 인수 등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이 부회장은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한 바 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