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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0주년] (4)한국인 ‘지게부대’와 에티오피아 ‘강뉴부대’의 '혈맹'

2020-06-28 14:05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지게부대'의 활약상을 다룬 TV 프로그램 [사진=EBS-TV 화면]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한 6.25전쟁 참전 국가다.

당시 에티오피아의 통치자였던 셀라시에 황제는 북한의 남침 응징을 위해 유엔이 파병을 결정하고 각 회원국에 이를 요청하자, 친위대 중심의 '강뉴(KAGNEW)부대'를 편성, 한국에 보냈다.

뭇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이 지배하던 이탈리아의 침략을 받았던 아픈 경험 때문에, '남의 일'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는 게 참전 이유라고 한다.

이 강뉴부대는 1952년 6월 21일, 한국인 '지게부대'와 진정한 '혈맹'이 됐다.

지게부대란 6.25전쟁 당시 차량이 다닐 수 없는 산악지대에서, 지게를 사용해 탄약과 군량 등 보급품을 운반한 한국인 민간인부대를 말한다.

지게부대는 10대에서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으며, 군번과 계급장과 철모는 커녕, 흰색 무명바지, 교복 등 징집 당시의 복장 그대로였고, 매일 십몇킬로 떨어진 고지로 45kg 내외의 보급품을 지게에 실어날랐다고 한다.

지게부대 동원 인원은 약 30만명으로 추정되며, 탄약과 연료, 식량 등 보급품 운반은 물론 진지 공사, 부상병과 사망자 후송 등 전쟁의 '숨은 주역'으로 전장을 누빈, 한국전쟁의 또 다른 숨은 영웅들이었다.

그리스 종군기자로 전쟁을 취재했던 키몬 스코르딜스는 '강뉴, 에티오피아 전사들의 한국전쟁 참전기'라는 책에서, 1952년 6월 21일 그 날에 발생한 사건을 기록했다.

강뉴부대에 배속된 지게부대 노무자들이 방어용 철조망을 치고 있을 때, 적의 박격포탄이 날아왔다. 미처 피하지 못한 노무자 2명이 치명상을 입었다.

이를 본 강뉴부대 1중대 소속 메레세 일병이 벙커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쓰러진 한국인을 안고 메레세가 몇 발자국 걸음을 옮겼을 때, 옆에 떨어진 포탄 파편으로 두 명 모두 현장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메레세와 한국인 노무자는 서로 꼭 껴안고 숨을 거뒀다. 서로의 살과 뼈와 피가 뒤섞여,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같이 세상을 떠난 두 사람은, 부산 유엔군 묘지에서도 한 무덤에 같이 묻혔다. 

그래서 강뉴부대 용사들은 지금도 그 날의 일을 'Mixed Blood'라 부르고, 대한민국을 'Mixed Blood'라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혈맹'이다.

사단법인 '따뜻한 하루'는 가난에 시달리는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참전용사들을 후원하고 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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