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이 현실화됐다. 여당의 단독 선출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건 지난 1987년 4월 1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이후 33년 만이다.
민주당은 29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를 열고 지난 15일 6개(법제사법·기획재정·외교통일·국방·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 상임위원장 선출 이후 예결위 등 남은 11개 상임위원장을 자당 몫으로 선출했다.
원 구성은 일단락 됐지만 여야 간 팽팽한 긴장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눈앞에 닥친 것은 3차 추경안이다. 6월 국회 마지막 날인 7월 3일까지 3차 추경안을 통과시키려면 주어진 시간은 4일 정도다. 민주당은 ‘속도전’을 내세웠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이후 상임위 별로 예산심사가 진행된다. 내일 오전 10시에는 예결위 전체회의를 한다”며 신속한 처리 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여야가 가장 대치를 보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공수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법사위를 차지한 여당이 공수처장 인사청문회 포함을 골자로 한 국회법, 인사청문회법과 공수처법에서 위임한 공수처장 추천 관련 규칙안 등 관련 법안 통과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날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공수처장의 경우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있지만, 그게 불편하면 공수처법과 부수 법안을 여당 입맛에 맞춰 개정안을 낸 뒤 공수처장을 임명할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소장은 이어 “180석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현상들이 예산과 법률에서 많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정치적 숙원사업이었던 여러 법안들이 전광석화같이 처리할 것이다. 거치적거리는 장애물이 이제 없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상임위 독식이 여당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전 상임위를 내준 통합당이 사안마다 정부‧여당의 책임론을 제기할 경우 ‘독배’가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문제 제기에도 수적 우위를 이용해 상임위에서 강행처리를 할 수 있지만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은 민주당이 고스란히 져야 한다. ‘야당의 발목잡기’라는 핑계를 더 이상 내세울 수 없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상임위원장을 전부 가져온 만큼 민주당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면서 “이제는 어떤 선택을 하던 그에 따른 결과는 오롯이 민주당의 책임이 된 상황이다. 마냥 웃을 상황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거대 여당의 힘을 앞세워 독주할 경우 오히려 이번 상임위 독식이 정권 교체를 위한 하나의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통합당은 추경에 대한 ‘정밀 검증’을 예고했다. 3차 추경안은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000억원에 달한다. 세출증액 내역만 해도 299개 사업의 23조 5024억원이며, 세출감액 내역은 987개 사업의 7조 5281억원이다. 심사항목도 무려 1300개에 달하는데, 추경안에 들어간 상당수 사업들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부실’ 또는 ‘효과 불확실’ 판단을 받았다.
추경의 실질적인 심사 기간이 나흘밖에 없는 상황에서 통합당이 세입추경규모에 대한 적절성, 재정건전성 악화 등을 세부적으로 파고든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내세워 추경의 6월 임시국회 통과를 막아설 수도 있다.
공수처장 추천 문제도 ‘비토권’으로 대응에 나설 수 있다. 공수처법에서는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7명)를 구성해 후보 2명을 추천하면, 이 가운데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게 돼있다. 다만 공수처장 후보는 추천위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야당의 ‘비토권’이 인정되는 구조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참석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제공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7명 중에 통합당이 2명을 가져가는데, 이 두 분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후보 선출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 “통합당 법사위에서 찬성해주지 않으면 결코 출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임위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경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현안들이 각 기관 업무보고 과정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여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재수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등 각 상임위에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수단이 다양해진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다수라고 해서 맘대로 자기 뜻대로 해야겠다는 억지를 쓰는 이상, 소수인 우리가 어떻게 대항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면서 “지금은 우리가 상당히 괴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될지 모르지만 장차 우리가 달성하려는 목표를 위해서는 하나의 큰 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앞으로 의정생활에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야당의원으로서의 직무를 다한다는데 최선을 다한다면, 앞으로 남은 일 년여의 기한 이후에 정권을 우리 스스로가 창출 할 수 있다는 신념에 불타신다면 오히려 하나의 좋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