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DB그룹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DB그룹이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을 그룹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며 2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DB그룹은 1일 그룹 회장직을 맡아 온 이근영 회장이 물러나고 김남호 부사장을 신임 회장에 선임하는 이취임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내년 초 정기주총을 거쳐 그룹 제조서비스부문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DB Inc.의 이사회 의장도 겸임할 예정이다.
그는 DB그룹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으로 DB손해보험과 DB Inc.의 최대 주주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 DB금융투자, DB캐피탈 등을, DB Inc.는 DB하이텍과 DB메탈 등을 지배하고 있다.
1975년생인 김 회장은 경기고를 졸업한 뒤 미국 미주리주에 위치한 웨스트민스터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2002년부터 3년간 외국계 경영컨설팅회사인 AT커니에서 근무했고 2007년 미국 시애틀 소재의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데 이어 UC버클리대에서 금융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2009년 DB그룹에 입사해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등 주요 계열사에서 생산·영업·공정관리·인사 등 각 분야 실무경험을 쌓으며 그룹 경영을 이끌기 위한 준비과정을 밟아왔다.
특히 전공인 금융 분야에서 쌓은 전문 지식과 국내외 투자금융 전문가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10년대 중반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DB Inc.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동부팜한농·동부대우전자 등의 매각작업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DB그룹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금융·IT 중심으로 그룹을 재정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DB메탈의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며 유상증자를 이끄는 등 DB메탈의 경영정상화를 이끌어 냈다.
김남호 DB그룹 신임회장(오른쪽)과 이근형 전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DB그룹 제공
2015년부터는 DB금융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DB금융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금융 계열사들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구체화하고 이를 경영현장에 빠르게 접목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올해 1분기 올해 DB 금융부문 매출은 5조8000억원, 순이익 16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속 선방한 성적을 거뒀다.
김 회장의 취임으로 DB그룹은 창업 이래 50년 가까이 그룹을 이끌어 온 창업주 김 전 회장의 시대를 매듭짓고 2세 경영체제가 본격 출격했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 체제로의 전환은 3년 전부터 예견돼 온 수순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다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은 이날 강남구 대치동 DB금융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내외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중임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DB를 어떠한 환경변화에도 헤쳐나갈 수 있는 지속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융합 구축과 언택트 사업역량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