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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의선, 최태원 회장 회동…삼성·LG·SK 배터리 동맹 가속

2020-07-07 14:10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친환경차의 한 축인 '전기차'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배터리 3사 수장들과의 회동이 마무리됐다.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중국의 CATL, 일본 파나소닉 등과 함께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 환경 규제와 세계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전기차 공급이 증가했지만 배터리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업계는 이르면 내년께 '배터리 대란'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배터리 3사와의 동맹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미디어펜 DB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충남 서산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최태원 회장과 만나 배터리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현대차그룹에서는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김걸 기획조정실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등이 함께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재원 수석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장동현 SK 사장,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 등과 함께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맞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등 양사 경영진은 SK이노베이션 등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BaaS)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한, SK 주유소와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미래 배터리,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고 현대차그룹은 인간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고 인류를 위한 혁신과 진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며 이어 "우리 임직원들은 고객 만족을 위해 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할 것고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력으로 양 그룹은 물론 한국경제에도 새로운 힘이 될 것이다"며 "힘과 지혜를 모아 코로나19가 가져올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높여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SK그룹 내 배터리 사업을 초기 기획 단계부터 지원해온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양사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와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 내 니로 전기차에 공급하는 배터리 셀의 조립 라인을 둘러봤다. 2012년 준공한 서산공장은 연 4.7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규모를 갖춘 곳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기아차가 생산하고 있는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와 기아차의 니로, 쏘울EV 등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가 2021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1차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하고 최상의 성능 확보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E-GMP' 기반의 현대·기아차 전기차에 탑재될 SK이노베이션 제품은 성능이 대폭 향상된 차세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로, 전기차 전용 모델의 특장점들과 결합해 고객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게 될 전망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앞서 지난달 22일 현대차그룹 경영진들과 함께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해 구광모 LG회장을 비롯한 LG그룹 경영진들과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LG화학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장수명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의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들여다봤고 구광모 회장과 미래 배터리 관심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충남 천안시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처음으로 단독 회동을 가졌다. 당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참관하고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 3월 1회 충전에 800km 주행, 1000회 이상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전지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한 바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친환경차에 대한 구상을 위해 국내 3대 배터리 업체들을 모두 방문하고 해당 업체가 소속된 그룹 총수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전세계 자동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기술적,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기차-배터리 동맹'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남들보다 앞선 1회 충전 주행거리와 높은 출력, 긴 수명, 그리고 낮은 생산원가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고효율, 고성능 배터리를 경쟁사보다 먼저 채택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중요하다.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와 동맹을 구축해 전기차 시장에서 앞서가겠다는 게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복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LG화학 및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기존 생산 중인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각형 배터리셀을 생산해 현대·기아차의 기존 전기차에 장착되는 LG화학·SK이노베이션의 파우치형과 타입이 다르다. 하지만 향후 전고체 배터리 등 기술적 변화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배터리 공급선에 포함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첫 순수 전기차를 선보인 이래 지난달까지 국내외 누적 28만여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기본 바탕이될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사진=현대차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총 2만4116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 포함 세계 3위권 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차는 전기차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2026년까지 중국시장을 제외하고 5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세계 7위, 국내 3위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4.1%로 LG화학(1위·24.25%), 삼성SDI(4위·6.4%)에 이어 7위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7위, 국내 3위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4.1%로 LG화학(1위·24.25%), 삼성SDI(4위·6.4%)에 이어 7위를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핵심 기술인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력 없이 앞으로의 시장을 대비하기 힘든 만큼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며 "글로벌 탑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배터리 업체의 3사와 함께 미래시장에서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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