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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보니] 미국 니치 샌드위치 '에그슬럿', 건강한 맛이지만, 너무 비싸다

2020-07-08 16:33 | 김영진 부장 | yjkim@mediapen.com

에그슬럿의 페어팩스와 슬럿, 오렌지주스. 가격은 2만100원이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SPC그룹이 '쉐이크쉑'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eggslut)'을 국내에 들여왔다. 

에그슬럿은 미국 LA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전 세계에 매장이 8개 밖에 없어 아직 인지도가 낮다. 쉐이크쉑, 인앤아웃, 블루보틀 등과 비교하면 인지도가 매우 낮다. '니치(Niche) 샌드위치'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슬럿(slut)'의 사전적 의미는 '난잡하게 노는 여자'라는 비속어에 가깝다. 미국인들은 '에그슬럿'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모르겠지만, 신조어 사전에는 '달걀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직 국내외에서 생소한 브랜드인 '에그슬럿'이 오는 10일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오픈 한다고해서 다녀왔다. 전 세계에서 9번째 매장이 서울에 오픈하는 것이다. 

SPC그룹 계열의 SPC삼립은 미국 본사와 국내 독점 운영 계약 및 싱가포르 사업 운영권을 획득했다. 싱가포르는 내년쯤 오픈할 계획이다. 

삼성역에서 파르나스몰 방향으로 가는 밀레니엄 광장에 들어서는 에그슬럿 1호점 매장. 유동인구가 풍부한 위치라 최적의 장소로 보였다. 임차료도 매우 비쌀 거 같았다. 

오는 10일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오픈하는 에그슬럿 한국 1호점./사진=미디어펜


실내는 오픈형 주방에 매우 심플한 인테리어였다. 달걀을 상징하는 노란색이 메인 컬러였으며, 그 외에는 특별한 색깔이 드러나지 않았다. 

매장 내에는 스위스에서 들여온 손 세척기가 있었는데, 세척과 헹굼, 티슈까지 전자동으로 되어 편리했다. 국내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기한 기계였다. 

이날 미디어에 제공된 음식은 대표 샌드위치인 '페어펙스'와 병 속에 담긴 '슬럿'과 3개의 바게뜨, 오렌지주스였다. 

에그슬럿 매장 내에 있는 손 세척기. 세척과 헹굼, 티슈까지 전자동으로 된다./사진=미디어펜


동물 복지 인증 케이지 프리 달걀 사용...신선하고 건강한 맛 매우 좋아

에그슬럿의 가장 큰 특징은 달걀을 핵심 재료로 사용한다는 점이며, 이 달걀은 일반 제품이 아닌 '동물 복지 인증 케이지 프리(방사사육) 달걀'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먼저 브리오슈 번에 스크램블드에그, 양파, 스리라차마요(핫 소스의 일종인 스리라차에 마요네즈를 섞은 소스) 등이 들어간 '페어팩스'는 매우 부드럽고 신선한 맛이었다. 건강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달걀의 신선함이 전해져왔다. 달콤하면서도 미국 특유의 짠맛도 전해지는 게 큰 부담 없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다. 

병 속에 담겨 나온 '슬럿'은 으깬 감자와 수비드 방식으로 익힌 커들드에그(수란)가 들어있어 스푼으로 섞어 먹어야 한다. 이 슬럿은 함께 제공되는 바게뜨에 찍어 먹는 게 좋다. 이 슬럿 맛 역시 감자와 신선한 달걀이 섞여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뿜어냈다. 

몸에 나쁜 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로 건강한 맛이었다. 미국에서 맥도날드의 버거가 정크푸드로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자, 고기 패티가 들어가지 않은 달걀을 메인으로 한 에그맥머핀을 내면서 재기에 성공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에서는 달걀에 대한 불신이 좀 있지만, 미국인들은 달걀을 건강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함께 먹은 오렌지주스도 착즙 주스인지 생과일이 그대로 들어가 매우 신선한 맛이었다. 에그슬럿에서 가장 맛있었던 건 오렌지주스였다. 

에그슬럿의 대표 샌드위치인 페이팩스./사진=미디어펜


맛과 건강만 놓고 본다면 에그슬럿은 분명 훌륭한 외식 브랜드임이 분명해 보였다. 미국 LA의 푸드트럭에서 시작한 에그슬럿이 성공한 배경은 '건강'이라는 코드가 분명 통했을 것이다.

샌드위치 한끼 식사에 2만원 넘게 들어...대중화와 매장 확장에 한계 있을 것으로 보여

그러나 가격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페어팩스는 7800원이며 슬럿은 6800원, 오렌지주스는 5500원이었다. 샌드위치로 한끼 식사를 하는데 2만100원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달걀을 사용하고, 신선한 오렌지 등을 사용한다지만, 샌드위치로 한 끼 식사하는데 2만원이 넘는 돈을 쓴다는 것은 결로 쉬운 일이 아니다. 식사 시간도 매우 짧아 나와서 커피 한잔까지 하면 점심 한 끼에 2만5000원 정도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미국 현지와 비슷한 가격에 책정했다"라고 답했다. 

미국과 한국의 물가와 임금 수준이 분명 다를 텐데, 비슷한 가격에 책정했다면, 한국에서 체감하는 가격 장벽은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에그슬럿이 전 세계에 8개밖에 매장을 내지 않은 게 이해되는 지점이었다. 에그슬럿은 임금 수준이 높은 직장인들이 모여있는 상권 위주로 매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많은 매장을 낼 수도 없을 것 같다. 

건강을 위해 유기농을 찾고 비싼 가격을 기꺼이 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샌드위치라고 한다면,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있다. 케이지 프리 달걀로 해먹을 수 있는 건강한 요리는 많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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