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7월 국회가 '사법권력'과 '입법권력'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로 극한 대치 상황이다. 이례적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에 여야 대립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당 몫의 '부의장 거부' 의사로 '법제사법위원장 반환'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합당은 입법권에 있어 야당의 유일한 견제수단으로 여겨지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에 물러섬없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돌려놓지 않는 한 부의장 자리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며 이에 따라 당 몫의 부의장 선출을 거부하고 있다. 당초 통합당에서는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5선·충남 공주부여청양)이 부의장 유력 후보였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8일 의원총회 직후 이같은 당론을 브리핑하며 "법사위원장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임위원장 배분이 의미가 없듯, 지금 부의장 문제도 똑같은 문제"라며 "지난 30년간 여야 협치 전통에 따른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강탈한 상황에서 부의장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지금도 법사위원장 문제는 여당이 다시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분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협치의 전통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여당이 협치체제를 위해 복원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당의 반격에 따라 현재 민주당이 유일하게 장악하지 못한 정보위원장 선출을 비롯해 정보위원 선임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정보위원장 선임과 정보위원 배치는 국회의장과 부의장, 여야 교섭단체 대표 등이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 또한 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회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진행하는 만큼, 정보위원장 선출 지연의 문제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울러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법무부와 검찰총장 간의 충돌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사법권력에 대한 여야의 대치도 치킨게임의 형국이 되고 있다. 여당은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으며 야당은 '윤 총장'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을 겨냥해 9일 오전 10시까지 수사지휘권 수용 여부를 판단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고, 윤 총장은 지난 8일 '독립수사본부' 구성을 제안하는 등 절충안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추 장관이 이날 윤 총장의 제안을 100분만에 거절하는 입장을 내면서 양측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은 윤 총장을 몰아세우며 맹공을 가하고 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초선·안산 단원을)은 9일 YTN 라디오 '노현정의 출발새아침'에 출연, "윤 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면 된다"며 "법무부 장관이 한 지시를 뒤집어서 또 다른 역제안을 하는 모양새 자체가 국민들한테는 너무나 과도하게 측근을 감싸는 것 아닌가 (비춰질 것)"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윤 총장에 대해 '수사독립이 아니라 수사를 방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윤 총장이 지금 대선에 출마하려고 계속해서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우고 충돌하며 정치적 모양새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을 겨냥, "'(추 장관의) 지휘를 곧이곧대로 따르겠다'고 쓴 총장의 보고서를 제 시간에 제대로 제출하는 일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당은 윤 총장을 법사위에 출석시켜 여론전과 대여 압박강도를 높이키겠다는 방침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의원총회 후 취재진과 만나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상대로 지휘권을 남용하면서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려고 하는 아주 엄중한 상황에 대해 직접 듣고 파악하기로 했다"며 이같은 당론 결정을 밝혔다.
민주당은 통합당의 법사위 개최 및 윤 총장 출석요청에 대해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통합당은 윤 총장 출석 카드로 여론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또 통합당은 대여 공세를 끌어올려 청와대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청와대 배후조종설을 제기한 바 있으며 통합당은 청와대 비서실을 관할하는 국회 운영위원회에 중진급 의원들을 저격수로 배치하는 등 반격의 총공세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통합당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갖은 찾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임명한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가 과연 누가 옳고 누가 잘못인가에 대해 따지기 전에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이 문제를 빨리 결단 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날 추 장관의 입장문 가안을 입수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통합당은 거세게 맹공을 퍼붓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법무부 내 가안이 최 대표에게 전달한 게 맞다면 전달한 책임자는 엄중징계를 받아야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일갈했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검찰 독립성까지 짓밟으며 치밀하고도 전방위적인 '검찰 흔들기'가 이뤄지는 와중에 공당의 대표가 추 장관의 입장문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은 어떠한 말로도 설명되지 않는다"며 "'교감설'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철저한 진상파악을 통해 국민 앞에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