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종로 청계천로에 있는 아름다운청년 전태일 기념관에서 만난 신정웅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조합원(알바노조) 맥도날드 분회장./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하루 8시간 일하면서 중간에 30분 쉬는 거 이외에는 한 번도 자리에 앉을 수가 없습니다. 1초도 쉴 여유가 없습니다. 전화도 근무 중에는 받을 수가 없습니다. 담배를 피우거나 화장실을 갈 때도 점장이나 매니저의 허락을 받고 가야 합니다. 아르바이트(알바)라고 해서 노동 강도가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엄청난 노동 강도입니다. 단순 막노동보다 더 힘들어요."
지난 6일 서울 종로 청계천로에 있는 아름다운청년 전태일 기념관에서 만난 신정웅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조합원(알바노조) 맥도날드 분회장(본부장)이 한 말이다.
그는 최근 서울 종로 한국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맥도날드 근로계약 위반 고발 기자회견'을 가지고 맥도날드 크루(아르바이트 직원)들의 노동 현실을 대외에 달렸다.
신 본부장은 4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에도 강남역 인근 맥도날드 매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얼마 전 한국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에 참여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본사 차원에서 누군지 색출하고 있어 다른 직원들은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극히 두려워하고 있다"라며 "만약 직원들이 밝혀지면 재계약이 안 되거나 심지어는 해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2014년부터 맥도날드에서 일을 시작했고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2017년부터 다시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다.
신 본부장은 한국맥도날드가 코로나19 시국에도 매출이 늘었음에도 직원들을 줄이면서 노동 강도가 더 심해졌고, 최저 시급 이상으로는 임금을 한 푼도 올려주지 않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지난달 온라인 영상을 통해 "올해 들어 4월까지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약 9% 성장해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신 본부장은 "한국맥도날드 대표가 직접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는데도 일하는 직원들의 근무 여건은 더욱 악화했다"라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직원들을) 쥐어짠다"라고 표현했다.
지난달 23일 오전 알바노조 관계자들이 한국맥도날드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앞에서 맥도날드의 근로계약 위반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 본부장은 맥도날드 매장 내에 키오스크가 도입되면서 카운터 일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직원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키오스크가 도입되면서 카운터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고 봤는데, 주문이 늘어나면서 일은 더욱 늘어났다"라며 "일하는 인력은 그대로인데 키오스크로 인한 주문이 늘어나면서 본사 매출은 늘었을 수 있었으나 일하는 직원들의 노동 강도는 더욱 늘어났다"고 말했다. 본사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그러나 주문이 없는 시간에 잠시 쉴 수도 있지 않을까? 답변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맥도날드는 주문이 없더라도 청소도 해야 하고 재료도 채워야 하고 다음 업무도 준비해야 하고 1초라도 쉴 수 없게 만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사진=한국맥도날드
그렇다면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러나 알바라는 직군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 편의점과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 등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본사도 이를 잘 알아 직원들에게 최저 시급 이상으로는 대우를 해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신 본부장은 "현재 본사와 임금 교섭을 진행 중인데 사측에 100원 인상을 해달라고 해도 얘기를 들어줄 생각이 없다"라며 "최저 시급에서 100원은 1.2%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맥도날드가 크루로 성장한 기업이라면 크루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위하는 기업이 되기를 바랐다.
신 본부장은 "코로나19 이후로 맥도날드 매장마다 매출 감소를 이유로 크루들의 근무 인원수를 줄이고 또 줄여서 운영하고 있다"라며 "현재 크루 한명이 감당해야하는 업무량은 급증해 엄청난 노동강도속에 하루하루 버티고 있고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맥도날드 크루들이 사측과 맺은 근로계약에 따라 신청한 스케줄은 반영되지 않고 심지어는 절반 이하로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일도 많았다"라며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직원들의 실질 임금도 감소해 경제적으로도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