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무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8일에 이어 9일에도 북미 대화의 의지를 밝혔다. 전날 외교부 방문에 이어 9일 청와대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방안을 논의했다. 비건 부장관은 전날 “한반도 안정을 위해 남북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전날 비건 부장관의 메시지보다 더욱 주목을 끈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도움이 된다면 김정은 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비건 방한에 맞춰 보도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 이뤄진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은 앞서 지난달 17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EU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전에 북미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라고 말한 것을 청와대가 7월1일 밝힌 것에 대한 호응으로 볼 수 있다.
이도훈 본부장의 방미로 시작된 한미 간 대화 끝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은 최근 들어 수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코로나19 방역 문제와 선거운동에 전력을 기울이던 트럼프 대통령의 눈길을 북한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6월 20여일에 걸쳐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하한 데 이어, 한미워킹그룹에 강력 반발해온 결과 문 대통령이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할에 다시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이 응답한 모양새를 갖췄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비건 부장관의 메시지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신뢰에 방점이 찍혔다. 특히 그는 지난 2년동안 북미 정상이 회의를 거쳐 도달한 결론을 강조하면서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싸잡아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혔다”고 비판하면서 양 정상이 걸어온 길을 정당화해 눈길을 끌었다.
비건 부장관의 남북협력 강력 지지 발언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언급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적하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행정부가 문 대통령의 제의에 화답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아예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문제는 북한의 최종 대응이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예정됐을 때만 해도 최선희 제1부상에 이어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미국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며 담화를 냈던 북한이 9일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건 부장관의 손에 ‘선물 보따리’가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이 쉽사리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현실적으로 11월 대선 이전에 북미 정상이 다시 마주앉는 것이 어럽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북미대화 결과에 따라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모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턴 전 보좌관이 말했듯이 대선 직전까지 ‘10월의 이벤트’ 가능성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특히 최근 북한이 내놓은 담화에서 “미국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대목을 곱씹어볼 때 진정한 협상에는 응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볼턴 회고록’ 이후 새삼 주목받은 비건 부장관의 지난 노력에다 이번 방한 때 내놓은 최선희 제1부상에 대한 따끔한 충고가 북한에 대해 진정성을 발할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