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박원순과 백선엽, 여의도 조문 정국 갈등

2020-07-13 13:16 | 손혜정 기자 | mllesonja25@naver.com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정치권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전 육군대장 '추모 정국'에 돌입하면서 두 고인에 대한 엇갈린 평가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성희롱 의혹 피소 직후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박 시장에 대한 논란과, '전쟁 영웅'으로 일컬어지면서도 '친일 논란'에 휩싸인 백 장군의 서울현충원 안장 논란이 일면서 여야가 대립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여권 인사들은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0일 빈소가 차려지자마자 총출동해 박 시장을 조문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으며, '님의 뜻을 기억하겠습니다' 문구 등 박 시장을 추모하는 민주당 명의의 현수막도 서울 시내 곳곳에 설치됐다.

서울광장 분향소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정./사진=서울시


이 대표는 박 시장의 영결식이 치러지는 13일 조사에서 "열정만큼이나 순수하고 부끄러움이 많았던 사람"이라며 "인권 변호사에서 시민운동가,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그가 걸은 길과 해낸 일이 너무나 크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다만 민주당은 박 시장을 고소한 비서에 대해 여권 지지자들이 '색출작업' 및 2차 가해 움직임을 보이자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고소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함께 내기도 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을 비롯해 야권에서는 성추행 혐의로 박 시장을 고소한 비서의 입장을 고려해 공식 조문과 자칫 그의 행적을 정당화할 수 있는 추모 메시지는 삼가는 분위기다. 아울러 박 시장 장례가 5일장·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지는 방식을 두고도 여권과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11일 박 시장 빈소 조문 일정을 취소하고, 하루 차이로 작고한 고 백선엽 장군 빈소를 조문한 지난 12일, 취재진과 만나 박 시장 장례와 관련해 "건전한 상식으로 판단해보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박수영 통합당 의원도 13일 YTN '노영희의 출발새아침'에서 "고인에 대해서는 명복을 빈다"면서도 장례방식에 대한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순직을 하신 분도 아니고 불미스러운 일로 극단적 선택을 하신 분에 대해 10억 정도 든다고 하는 세금까지 써서 장례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국민들의 분노가 있는 것 같다"며 "그게 50만 명 이상의 청원으로 연결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박 의원은 "국가가 나서 장례를 치르는 것은 국가가 돌아가신 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효과가 있는데 그러면 고소인의 입장에서는 '그러면 나는 뭐냐, 나는 정당하지 않다는 거냐' 이런 심정이 생길 수 있다"며 피해를 호소한 고소인의 입장을 우려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고인의 죽음에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별도의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의 류호정·장혜영 의원도 박 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번 사건의) 고소인뿐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한 많은 분께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는 국회의원도 있다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루 차이로 작고한 고 백선엽 장군에 대한 평가와 현충원 안장 문제에 대해서도 여야가 갈등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국립서울현충원 장군 묘역에 빈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고 백 장군의 장지를 대전현충원 장군 묘역으로 결정하자 통합당은 강력 반발하며 연이어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고 백 장군이 작고한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백 장군은) 대한민국 국군의 아버지"라며 "트루먼 미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포기하려 했을 때 다부동에서 조국의 운명을 지키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민지에서 태어난 청년이 만주군에 가서 일했던 짧은 기간을 '친일'로 몰아 백 장군을 역사에서 지워버리려는 좌파들의 준동이 우리 시대의 대세가 돼 버렸다"며 "백 장군을 서울 동작동 국립 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인가"라고 개탄을 금치 못했다.

또 주 원내대표는 13일 비대위회의에서도 "이전에 묘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통령의 경우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모신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모실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향년 100세 나이로 별세한 고 백선엽 윤군대장./사진=연합뉴스

김종인 통합당 위원장도 13일 회의에서 "백 장군의 장지를 두고 정치권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서 과연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나라인가 생각을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고 백 장군에 대한 별다른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13일 회의에서도 민주당 측은 "백 장군의 친일 논란에도 북한 남침에 대한 고인의 공로를 합당 예우하고 당대표가 조문했다"며 장례 문제로 통합당이 정쟁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고 박 시장에 대한 민주당의 연이은 논평과 그의 죽음에 대한 애도와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한편, 여권에서 주장하는 고 백 장군의 친일 행적에 대해 신원식 통합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간도특설대 장교로서 항일세력을 탄압했다고 하는데 역사적 사료를 보면 문헌에 확실히 나와있는 것은 43년 무렵 만주지역에는 항일세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일세력은 30년대 중국공산당 지지를 받는 동북항일연군이 있었다. (간도특설대는) 우리 독립군이 아니라 팔로군 등을 토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토벌대상도 없었고 독립군 자체가 문헌을 찾아보면 만주에서 우리가 아는 청산리전투나 봉오동전투는 다 1920년대 있었던 전투"라며 "(43년 무렵) 본인(고 백 장군)도 전혀 전투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소명서를 제출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