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고소인측이 성폭력특례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통신매체이용음란·형법상 강제추행 혐의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고소한 사건이 형사사법 절차상으로는 일단 종결됐지만, 후속 고발이 이어져 산으로 가고 있다.
고소인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13일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경찰과 서울시, 정부, 정당, 국회 모두 책임있는 계획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서울시는 "진상조사 방법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조사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법조계에서는 향후 서울시 자체 진상조사를 비롯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에서 영정 사진이 놓여있다./사진=서울시
사건을 접수했던 경찰은 지난 10일 박원순 시장의 죽음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법조계는 사건 피고소인인 박 시장이 유명을 달리해 피고소인의 방어권·자기변호권·항변권을 확보할 수 없고 형사사법 절차에 따른 처벌 또한 불가능한 상황에서 진상규명에 근본적인 한계가 크다는 평가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14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고 박원순 시장의 항변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의 주장만을 청취하는 사법적 조사는 있을 수 없다"며 "이번 사건과 맞물려 박 시장이 재임 4년간 17명의 여비서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더 많은 피해자들의 신고와 물증이 있더라도 이미 죽어버린 가해자, 피의자, 피고소인을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다만 박 시장의 피소사실과 관련해 이를 누설한 의혹을 받는 종로경찰서와 청와대에 대한 수사는 가능하다"며 "이뿐 아니라 서울시 내부에서 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거나 인사이동을 통해 일명 '채홍사' 역할을 한 간부가 있다면 이에 대한 수사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또한 고소인측이 '2차 가해' 행위를 고소하는 것으로 우회규명이 가능하지만 고소인측이 제출한 포렌식 자료 외에 경찰이 이번에 확보한 박 시장의 휴대전화 1대를 포렌식 과정을 통해 검증하고 관련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소인 측은 경찰이 박 시장 피소 사실을 그가 숨지기 전 청와대에 보고했고, 이에 따라 피소사실이 박 시장에게 당일 바로 전달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14일 대검찰청에 경찰과 청와대, 서울시 간부들을 각각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중요한 사건인데다 담당 검사 지휘도 있었다"며 "(박원순 시장) 유족과 협의해 (포렌식)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사건 수사에서 검찰의 '진상 규명' 의지가 또다른 변수로 꼽힌다.
▲ 고소인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지난 13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소인이 사용했던 휴대전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사진=YTN 캡처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검사는 이날 본지 취재에 "고소인은 인사이동 과정에서 자신이 선택해 시장 비서실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비서실에서 먼저 연락이 와 면접에 응했다고 전했다"며 "조직적인 여비서 인사이동과 성추행이 진짜로 벌어졌다면 이를 규명하기 위해 검찰이 직접 수사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물음표가 크다. 사실상 허수아비로 전락한 검찰총장이 '윤미향 위안부할머니' 건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박원순 사건을 어떻게 다루겠냐는 의구심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피의자 사망시 법무부령 검찰사건사무규칙 69조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 처리하고 종결하는게 일반적"이라며 "과거 검찰수사 중 숨진 정치인들도 모두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마무리했는데 이번 사건을 어떻게 우회적으로 다룰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검찰과 경찰은 피의자의 기소 여부를 전제로 처벌 가능성을 따지는 것이라 당사자인 박 시장이 사망한 이번 사건 수사가 종결된 것"이라며 "박 시장 본인 휴대전화의 포렌식 자료를 득하더라도 박 시장의 진술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론에 휩쓸려 수사에 나서기 힘들다"고 밝혔다.
고소인측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다음 주 여러 연대단체와 기자회견을 가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어디까지 커지고, 어떤 사법절차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