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코로나 때문에 시장 트렌드 변화가 굉장히 빠릅니다. 기존과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고 보면 된됩니다. 기업의 업은 성장인데, 전문경영인들은 큰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습니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CE부문장) 사장이 15일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을 방문해 ‘프로젝트 프리즘’ 1년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CE부문장) 사장이 15일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사업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이 부회장의 영향력을 설명했다. 그는 “전문경영인들이 잘 보지 못하는 빅트렌드는 물론, 방향성 제시의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큰 숲을 보고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 역할을 이 부회장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과거 경험한 이 부회장의 경영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2007년 IFA에서 이 부회장은 ‘LED 제품이 앞으로의 트렌드’라고 했다. 이후 개발에 매진한 삼성전자는 2009년 LED TV를 출시했고, 그 뒤로 모든 LCD TV가 LED TV로 바뀐 계기가 됐다.
이어 김 사장은 2012년의 TV 리모컨 일화도 언급했다. 책상 위에 이 부회장이 말없이 올려둔 리모컨을 시작으로 음성인식 리모컨이 완성됐다는 것이다. 이 제품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삼성이 TV의 30년 묶은 문제를 풀었다’고 극찬을 받았다.
김 사장은 향후 닥쳐올 시장의 변화와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지난 5월 중순 이후 살아나면서 예상보다 2분기 실적이 좋았지만 4분기부터는 본격적인 어려움이 찾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경기, 소비 심리, 실업률 등의 복합 악재가 4분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김 사장은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자국 보호주의 강화, 국가적 마찰 심화, 급속한 정세 변화 등으로 향후 경영 환경에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인 삼성전자는 격변하는 미래시장을 대비하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 확실한 것을 불확실성 뿐”이라고 한 김 사장은 “이런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책임과 파워가 필요하다”며 “CEO와 사업부장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가 필요한 리소스를 집중하고 투자가 집행돼야 한다”며 “현재 삼성전자는 예정된 투자 이외에 추가 투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거의 못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 부회장의 전면에서 사업 전반을 조율하고,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재현되면 삼성전자의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김 사장은 “앞으로 어려운 시간을 이길 수 있을까 걱정된다. 너무 위중한 시기”라며 이 부회장 리더십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