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하고 싶은 말만 했다. 듣고 싶은 말은 없다.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개원 연설은 현실감 제로다. 국민의 시선이 어디에 있고 국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과 거리 먼 선문답이다. 갈갈이 찢어진 대한민국 국민을 보듬는 지도자의 말은 없었고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영혼 없는 말이다. 희망고문은 계속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과 백선엽 장군의 죽음이 갈라놓은 현 대한민국의 국민적 갈증과는 거리가 멀다.
사상 최악의 청년 고용 절벽에 대해서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 한국형 뉴딜은 생겨나는 일자리만 이야기 한다. 사라져 가는 일자리에 대한 말은 없다. 양지가 있으면 그늘이 있고 그늘이 있으면 양지가 있다. 양지만 말하는 건 지도자가 아니다. 음지를 보살피는 게 정치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골을 메우지 못했다. 조국 사태는 대한민국의 정의를 묻고 있다. 공정에 의구심을 가진다.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 역사 이래 가장 많이 등장했다.양 갈래로 갈라 치고 있다.
공정과 정의에 대한 논란을 일으킨 조국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물 타고 편들고 짬짜미를 하지만 순리를 거스를 순 없다. 휘발성 강한 이슈라고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을 것이다.
조국·윤미향·안희정·오거돈·박원순 사건 등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선을 넘어 '정의'를 위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을 양단하는 갈등에는 함구한채 빛과 그늘이 상존하는 '한국형 뉴딜' 등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숱한 논란 속에서도 집권여당은 총선에서 승리했다. 오만을 넘어 방종을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생각했음일까 안하무인이 됐다. 권력의 칼이 무자비하게 휘둘러졌다. 모든 걸 갈아치운다. 삼권분립은 권력하에 속수무책 무릎을 꿇었다. 언론마저 길들여졌다.
귀가 없는 정부다. 듣지 못하니 바꿀 게 없다. 보이지 않는 정부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정부다. 보이지 않는 곳의 이야기는 탁상위의 굴러다니는 펜 신세도 못 된다. 그러니 눈 뜨면 나오는 정책이 눈 감으면 바뀐다. 속았다는 심리는 부동산 정책뿐만 아니다. 숫자놀음에 딴지를 건다. 주객이 전도됐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냄새를 탓하는 이들에게 주먹다짐이다. 국민 주머니를 마치 자기 주머니인양 털어낸다.
입을 다문다고 진실이 바뀌는 건 아니다. 짬짜미를 한다고 거짓이 진실을 덮을 수는 없다. 그 많던 미투의 '선구자'들은 어디로 숨었나.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치사한 가면 놀음을 한다고 국민 모두의 양심을 속일 수는 없다. 조국과 윤미향,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사태에서 인지부조화의 극과 극을 오가는 대한민국의 '가짜 양심'을 목도한다.
일자리도, 살기 좋은 미래도, 내 집 마련도 신뢰가 무너진 현실에서는 그들만의 희망사항이고 자기 위안일 뿐이다. 솔직해 지자.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사태는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섰다.
법 이전에 사람과 사람, 인간 대 인간의 문제다. 인간 존엄에 대한 가장 원초적이자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세다. 이걸 요사스런 말장난과 요설로 희롱하는 건 자기부정을 넘어 위선이다. 그게 정의라고 말하고 그게 공정이라고 떠든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국민은 개, 돼지가 아니다. 잘못을 잘못이 아니라고 떠들어 세뇌라도 시킬 참인가. 골고루 배부르게 해 주겠으니 입 닥치라는 한 줌 권력의 굿판을 보고 위안 삼으라는 건가. 노사갈등, 노노갈등, 세대갈등, 성 갈등을 부추기는 정부가 평화를 얘기하고 북한을 포용하겠다고 한다.
집안 단속도 못하면서 남의 집 살림살이 걱정을 하는 꼴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조국 사태로 불거진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한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의 사태에서 불거진 잘못된 성인지에 대한 무늬 사과를 접고 뿌리부터 각성해야 한다.
알맹이 없는 '한국판 뉴딜'로 희망 고문을 하지 말아야 한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시간 근로시간제 등 고용절벽과 자영업자의 비명을 자초한 정책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자고 일어나면 나오고, 바뀌는 부동산 정책의 실책을 책임져야 한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전 정권, 국민 탓만 한다.
민심의 분열이 도를 넘고 있다. 백선엽 장군의 죽음에 끝까지 함구한 청와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잠겨진 의혹,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은 국가와 성과 사법적 독립에 대한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 드루킹, 울산시장, 옵티머스 사건 등등은 의혹 속에 풀리지 않은 채 꼬이면서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서초동과 광화문, 광화문과 서울광장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북한과 어우러지려면 먼저 남남갈등부터 지워야 한다. 규제 혁신 없이 돈 풀어 일자리 만들겠다는 한국판 뉴딜은 또 다른 국민 눈가리기용 쇼는 아닐까. 재탕·삼탕에 표지만 바꾼 듯한 들어본듯한 얘기.
기대보다 의심이 먼저 가는 건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학습효과라면 지나친 비관일까. 문재인 정부 국정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한쪽만 보고 가도 기본은 하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그걸 믿고 지금껏 오만했다면 이젠 겸손을 말한 순서다. 정의와 공정과 평등을 스스로 자해한 대가다. 자해인 줄 모르는 그들만의 변명은 계속된다. 윗물의 흐림을 아랫물이 부정한다고 맑아질 수는 없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의 전형이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