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올 상반기 공개활동이 19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집권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차례 공개활동 중 경제 행보는 2회에 그쳤고, 군사 행보가 10회를 기록했다.
정철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6일 ‘김정은 위원장의 2020년 상반기 공개활동 평가와 분석’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소개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배경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은둔형’인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집권 이후 왕성한 공개활동으로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닮았다고 평가받던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부쩍 줄인 것은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집권 첫해인 2012년 상반기에 80회 이상의 공개활동을 했고, 이듬해인 2013년에는 상반기에만 약 100회 수준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7년, 2018년과 2019년 상반기에도 40~50회 공개활동을 했다.
이 때문에 한때 김 위원장의 위독설을 포함한 건강이상설이 대두돼 세계의 이목을 끈 일도 있었다. 폐쇄적인 국가지만 북한 공식매체가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거짓으로 보도할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올해 대폭 줄어든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분야별로 나눠보면 군사훈련 참관 및 군부대 시찰 등 군사 관련 행보가 전체의 55.6%에 해당하는 10회로 가장 많았다. 군사 관련 공개활동 비중이 절반을 넘긴 것은 2012년 집권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나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 등 정치 분야 활동은 4회, 설 기념 공연 관람,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등 사회·문화 분야 활동은 3회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인 5월 1일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신문이 2일 1면에 보도했다. 사진은 준공 테이프를 끊고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으로 공개활동 보도는 20일 만이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경제 분야 활동은 순천 인비료공장 건설 현장 현지지도 단 1회에 불과했다. 이는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가 경제 현장 행보가 대폭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김 위원장은 최근 대남‧대미 메시지도 그의 친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일임한 상태이다.
김 위원장이 경제 행보에 나서지 않는 것은 물론 공개활동 자체를 줄이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있겠지만 대북제재 장기화에 더해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등에 따라 경제 악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집권 이후 경제발전을 강조해왔지만 나아질 기미는 없고, 심지어 ‘제2의 고난의 행군’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평양주민에게도 식량배급이 중단된 일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올해는 김 위원장이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달성하는 해이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 6월7일 당 정치국회의에서 ‘수도시민들의 생활보장’을 지시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북한에 오랫동안 유행했을 것으로 보이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에서 돼지열병으로 폐사시킨 돼지 개체수가 어마어마하다”면서 “북한에서 소와 달리 개인소유로 허가된 돼지농가의 집단 폐사 사태가 민심을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북한은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아직 국제기구에 발생 신고를 하지 안했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이미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발생 보고를 한 상태이다.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폐사율이 100%이다.
한 정부소식통도 “북한에서 돼지와 닭 사육을 개인 사유화로 허가하면서 일반주민들이 얼마나 정성을 쏟아부었겠냐”며 “하지만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휩쓸어 개인 손실이 컸을 텐데 북한은 남한처럼 보상이나 지원도 안됐을 테니까 민심 이반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대폭 줄이고 김여정 1부부장을 내세워 남한에 군사위협을 가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킨 이유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긴장고조를 통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는 전형적인 북한의 행태를 지적한 말이다.
특히 2018년 이후 활발했던 김 위원장의 대남 및 외교 등 대외 공개활동의 경우 2020년 들어 전무했다. 그동안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북중 회담까지 이어가면서 파격적인 외교 행보를 보였던 것과 상반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세계의 다른 정상들은 영상과 전화통화 등을 이용한 정상외교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