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띄운 트럼프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우리정부는 “(양국간에) 주한미군 감축은 논의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3월 나온 미 국방부의 방안은 주한미군을 포함해 전 세계의 해외 주둔미군을 철수 또는 감축하는 조정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독일 주둔 미군 9500명 감축을 밀어붙인 바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 감축설은 이제 단순한 엄포로만 여기기가 어려워졌고, 현실화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에스퍼 장관은 같은 날 배포한 국가국방전략(NDS) 이행 보고자료에서 “앞으로 몇 개월 내에 인도태평양사령부 등 몇몇 전투사령부의 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 카드는 다목적용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으로 공화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철군 등으로 추진된 바 있다. 게다가 아직도 진행 중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압박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동시에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결집 차원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한미 군 당국이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전반기에 이어 또다시 연기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미 지난주 한차례 긴급 회동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확대회의를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밝혔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8월 한미연합훈련이 또다시 연기된다면 한미 당국이 가장 쉽게 내세울 수 있는 표면적인 명분은 코로나19 방역 차원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를 대비해 북미대화를 옵션으로 남겨둘 가능성이 크고, 한미연합훈련이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없이 결렬된 이후 그해 10월 가까스로 스톡홀름에서 북미회담이 열렸지만 북한의 한미훈련 중지 조건에 대해 미국이 답을 미루면서 결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최근인 14일에도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싹 없애라”고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이 19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와 비공개회의를 열고 ‘전쟁 억제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에 대해서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간접적으로 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날 ‘전쟁억제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는 북한매체의 보도는 지난 5월 김 위원장이 중앙군사위 4차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된 것과 대비되면서 지금 시점에 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 회의를 연 것이 8월 한미연합훈련 중단 압박 차원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 연구실장은 “당 중앙군사위 개최 형식을 빌려 한미의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압박하는 의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19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면에서 미국이 적대적 행동을 하면 북한도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급적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여당 내에서도 한미연합훈련 일정을 조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인영 통일장관 후보자도 20일 “한미연합훈련은 코로나19 등 현실적인 제약 상황을 고려하면서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훈련은 한반도의 긴장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고,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방향에서 관리되어야 한다”고 말해 연기 또는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동안 한미연합훈련의 변수는 주로 북한이었다. 하지만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려면 적어도 수백명의 미군 입국이 필요한 상황에서 미국의 코로나 확산세 등 코로나19 문제도 중요 요인이 됐다. 여기에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이 더해지고, 북한의 반발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군 당국이 최종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