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해 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증권업계가 전체적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KB증권을 비롯한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을 필두로 먹구름이 걷혀가는 분위기다. KB증권의 경우 1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박정림·김성현 각자대표 체제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발표된 실적 공시에서 KB증권이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KB증권은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이 151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적자를 내서 충격을 줬던 이전 분기 대비 순익이 1661억원 늘어 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해 성공했다.
KB증권 측은 극적인 순익증가 배경에 대해 “지난 분기 ELS 자체헤지 운용손실로 일시적으로 손실이 확대됐던 세일즈앤트레이딩(S&T)부문이 금융시장 안정화로 회복되고, 주식 거래대금 증가로 수탁수수료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13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가량 감소했다. 이는 전분기 총수익스와프(TRS) 관련 평가손실(세후 약 290억원)과 사모펀드 고객보상 관련 충당부채 전입(세후 약 210억원) 등 일회성 요인이 작용한 탓이다. 이를 제외한 경상부문 순이익은 약 1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한 모습이다.
KB증권이 예상보다 빠르게 실적 호전에 성공하면서 KB금융 전체의 사정도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은행을 제외한 비은행 계열사의 비중을 늘리려고 시도 중인 KB금융으로서는 증권 계열사의 실적호전 소식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현재 KB증권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지주 전체의 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1분기에 적자를 냈음에도 작년 상반기 순익 기여도(9%)와 비슷한 수준을 지켰다.
KB증권의 순항으로 박정림·김성현 각자 대표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KB증권 측은 상반기 흐름을 그대로 유지하며 하반기에는 모든 부문에서 업계 선두권의 실적을 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주력 분야인 자산관리(WM) 부문은 최근 트렌드로 자리잡은 언택트(비대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4월 출시한 회원제 프리미엄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으로 6월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환경변화를 반영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착한 자산관리 랩’을 출시하기도 했다.
기업금융(IB)부문에선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ESG채권 공급을 확대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년부터 KB금융 그룹 전체 차원에서 ESG채권 비중 확대에 노력해온 만큼 그 흐름을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최근엔 신재생에너지 펀드운용 전문인력과 인프라·에너지 프로젝트금융 전문 인력을 영입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증시 호전으로 증권사들의 실적개선이 어느 정도 예상되기는 했지만 KB증권의 경우 그 속도가 훨씬 빨랐다”면서 “하반기 ELS 총량제한 등 규제도입 리스크에 성공적으로 대응한다면 올 한 해 전체의 실적도 낙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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