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자동차 시장 불황 속에서도 2분기 영업이익 감소폭을 최소화했다. 해외 경쟁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는 와중에 지켜낸 흑자로 하반기를 버티기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하반기에는 주요 선진 시장의 산업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도 줄줄이 예정돼 있어 반등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와 기아차는 23일 각각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열고 2분기 실적과 하반기 전망을 발표했다.
현대차의 경우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18.9% 감소한 21조8590억원의 매출과 52.3% 감소한 59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기아차의 매출은 21.6% 감소한 11조3688억원, 영업이익은 72.8% 감소한 1451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폭은 컸지만 시장 컨센서스보다는 훨씬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증권가에서 당초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3192억원,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762억원일 것으로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두 회사 모두 두 배 가까운 수준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해외 경쟁사들은 대부분 2분기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다임러는 2분기 영업손실이 16억8000만유로(약 2조3000억원)에 달했다. 포드는 이미 1분기에 20억달러의 손실은 냈고, 2분기는 훨씬 더 안좋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서도 현대·기아차만 비교적 양호한 수준의 흑자를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 국내 시장의 세제 혜택 효과와 원화 약세 등 외부적 요인과 함께 신차 판매 호조와 고부가 차량 비중 확대 등 자체적인 노력이 꼽힌다.
현대차의 경우 제네시스 GV80, G80 등 고부가 신차를 비롯, 그랜저, 아반떼 등이 신차 효과를 보여줬고, 기아차도 K5, 쏘렌토 등이 수익성 방어 역할을 해줬다.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주요국의 가동중단과 판매중단으로 글로벌 산업수요가 감소했지만 제네시스와 SUV 등 고부가 차종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수익성 위주의 판매전략으로 손실 하락분을 방어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겠지만 신차와 고부가가치 차량을 앞세운 수익성 확보 전략을 통해 실적 반등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김 전무는 "하반기에도 선제적인 유동성 관리를 지속해 나가는 한편, 주요 신차의 성공적인 출시 및 지역별 판매 정상화 방안을 적극 추진해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한국과 미국, 서유럽 등 주요 선진시장에서는 신차 모멘텀을 활용해 판매를 제고하고, 제네시스 판매 확대를 통해 판매믹스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김 전무는 "내수 시장의 경우 정부의 개소세 인하 유지로 하반기에도 안정적 수요 흐름이 예상된다"면서 "하반기 중으로 신형 투싼과 G70 개조차(페이스리프트모델), 신차 GV70 등을 출시해 판매 확대와 수익성 확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시장에서는 상반기 점유율이 0.3%포인트 개선된 4.3%를 기록할 정도로 선방했고, 인센티브에 의한 상승이 아닌 신차 및 SUV 판매 확대에 따른 상승"이라며 "하반기에도 물량과 손익을 최적화하고 온라인 판매체계를 지속 강화하며, G80, GV80, 아반떼 등 신차 출시를 통해 판매믹스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도 경제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신흥국에서도 점진적 판매 정상화 방안을 추진해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방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인도 시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크레타와 베뉴 공급 확대 및 신형 i20 투입으로 수요 회복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자동차 보급률이 높지 않은 농촌지역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프리카·중동 지역은 그랜저, 싼타페,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전략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브라질은 비대편 프로그램 확대로 코로나 재확산 상황에 대응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정부의 자동차 산업 부양책 수혜차종에 크레타가 포함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하반기 실적 개선을 통해 상반기 감소분을 만회해 연간 실적을 지난해 수준까지 맞추겠다는 다소 공격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CFO) 전무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연간 전체 시장 수요는 20% 이상 침체될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엔 정상화될 것이라는 목표로 수정 사업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주 전무는 "7월 현재 북미·유럽 지역 시장은 100%에 육박하는 딜러 운영을 하고 있다"면서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딜러십은 여전히 어렵지만 글로벌 전체적으로는 94% 가량 딜러사들이 운영되고 있어 하반기 판매 상황은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신형 카니발, 인도 SUV 등 신차 효과 등이 기대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고정비 절감 노력 등이 하반기에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하반기부터 해외 시장에서의 봉쇄령 해제로 판매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아차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인도 시장의 경우 현재 월 8000대 수준에서 3분기엔 월 1만대, 4분기에는 QY 등 신차 효과로 2만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정성국 IR담당 상무는 "QY가 수출되면 인도 마진은 내년 이후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에 대한 투자 및 수익성 확보 전략도 재확인했다.
김상현 현대차 전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주요 사업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투자 확대를 지속할 것"이라며 "밸류체인 전체에서 경쟁력 확보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전사적 원가혁신 활동을 더욱 강화해 미래 사업 투자재원 확보 및 중장기 경영목표 달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우정 기아차 전무는 "중장기 계획으로 세운 2025년까지 전기차 손익(영업이익률) 8% 달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