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때 아니게 사상검증 공세를 편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한 여당의 총공세가 이어지면서 통합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는 등 역풍을 맞고 있다.
태 의원이 이 후보자에게 ‘주체사상을 신봉한 적이 있나’ ‘사상 전향은 언제 했나’라고 질의하면서 국회가 33년 전으로 퇴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태 의원은 “이번 청문회 준비를 하면서 후보자 삶의 궤적을 많이 봤는데 사상 전향을 했는지 찾을 수 없었다”며 “후보자도 언제 어디서 이렇게 '나는 주체사상을 버렸다'고 한 적 있나”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전향이라는 것은 태영호 의원처럼 북에서 남으로 온 분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제가 남에서 북으로 갔거나 그런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라며 “그런 저에게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것은 의원님이 저에게 청문위원으로 물어봐도 온당하지 않은 질의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정진석 통합당 의원의 관련 질문에 “얼마든지 정치적인 노선이나 정책적 입장은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저에 대해 전향을 요구하는 것은 제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 태 의원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여당 간사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출신 4선 국회의원, 그리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어떻게 ‘주체사상을 포기하라, 전향했느냐’를 묻나. 굉장히 국회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도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이인영 후보자 같은 독재시절 젊은이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졌다. 함부로 폄하하거나 천박한 사상검증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 본부에서 열린 약식 기자회견에서 구상중인 대북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미디어펜
이날 태 의원의 사상검증 질문으로 시선이 쏠린 청문회에 대해 ‘이인영 후보자에 대한 검증 시간이 아니라 통합당의 보수색깔이 검증 당한 시간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구분 짓는 기준이 아직까지도 ‘친북’이냐 ‘반북’이냐가 되고 있고, 이를 정치권이 주도한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다.
특히 태 의원과 같은 편향된 관념을 가진 탈북민이 통합당의 대북관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 대해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관계를 우리가 주도하려면 여야가 협력해야 하고, 야당도 다음 집권을 대비해 남북관계 개선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필요가 있어졌기 때문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경기대 부총장)는 “태 의원이 남한에 와서 우리사회에 잔재해 있는 극우 보수를 착지 지점으로 본 것 같다”며 “하지만 국회의원은 대표성을 가진다. 제1야당 의원의 당선이 확실한 곳에서 나와 배지를 달았으면 전문성을 발휘하라는 것인데 너무 편향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 학생운동의 한 축인 주사파라고도 불리는 민족해방(NL)계는 당시 독재정권에 항거하면서 나온 것으로 주체사상 신봉자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 대중적인 반독재 학생운동이었다”면서 “통합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바로서야 할 문제다. 이번에 태 의원은 이인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통합당 보수색깔이 검증 당하는 상황을 자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