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 잇따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재건축·재개발을 억누르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지자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이에 리모델링 업계에서는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내력벽 철거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준 연한이 15년이 넘은 단지들이 이달 분석이 완료될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반 분양이 가능한 가구수를 늘려 수익성을 극대화 할 수 있어 조합원들은 반기고 있지만 내력벽 철거에 대한 안전성 우려의 목소리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국토부는 7·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재건축 안전진단을 강화하고 의무거주 기간 규제를 늘리는 등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더 공고히 했다. 재건축 사업 추진이 더 어려워지자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는 사업장들이 증가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과는 달리 리모델링의 경우 정부가 장려하는 추세라 1-2년 사이에 규제를 완화하며 신도시 재건축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올해 초 송파구 성지아파트가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가를 받았다. 서울 강동구 둔촌현대1차아파트도 수평증축 사업계획안을 승인받았다. 동작구 우성 2.3차와 사당동 극동, 신동아 4차 등 4개 단지 역시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광진구 상록타워 역시 조합설립인가를 마쳤다. 리모델링 업계에 따르면 조합창립총회 일정 예정 단계 이상을 밟고 있는 수도권 리보델링 추진 단지는 총 41곳, 2만5271가구를 기록했다.
리모델링 공사는 또 용적률와 상관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준공 후 15년이면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다. 해당 단지들은 리모델링을 거치면 기본 골조와 용적률이 유지되는 상태로 신축화가 가능해진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으로 공사할 경우 기존 세대 수의 최대 15%까지 세대수를 늘려 일반 분양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리모델링 시장에서는 이번달 중 종료될 리모델링 시 내력벽 철거 가능 여부에 대한 연구 결과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내력벽 철거는 리모델링 업계에서는 '숙원사업'이었다. 국토부가 2016년 안전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일부 철거만을 허용한 이후 내력벽 철거 시 안전성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되며 국토부는 재검토에 나섰고 아직 허용 여부가 발표되지 않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국토부가 발주한 '리모델링을 위한 가구간 내력벽 철거 안전성 연구 용역'을 수행 중이다. 전달 중순 현장 실험을 끝내고 현재 정리·분석 과정을 거쳐 이달 중 모든 분석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있다. 늦어도 내달이면 연구가 완료돼 국토부에 전달되고 국토부가 리모델링 시 내력벽 철거에 대한 의견수렴 후 지침을 정할 예정이다.
내력벽 철거가 가능해지면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수월해져 수익성이 상승된다. 이로써 일반분양 가구수가 늘어나 수익성이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내력벽 철거가 최종 허용될 경우 서울을 비롯해 리모델링 가능 연한에 도달한 1기 신도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내력벽 철거가 아직 승인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조합원들의 분담금 가중 문제로 단지의 구조 변경이나 면적을 늘리는 방식의 추진이 어렵다는 평이다. 이에 대형 평형이 주를 이루는 단지의 경우 '평형 늘리기·쪼개기'보다 대형 발코니형 테라스를 설치해 단지의 고급화를 꾀하는 쪽으로 사업방향을 트는 대안도 나오고 있다.
안전 문제로 허가가 어려운 수직증축형 리모델링 보다 수평증축형 리모델링을 선택해, 증가할 수 있는 면적과 유사한 만큼의 대형 발코니형 테라스를 설치하고 통풍과 채광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단지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최근 '리모델링 붐'이 시작됐다는 평을 듣고 있는 경기 용인 수지나 플랫폼 시티의 노후 아파트들 역시 내력벽 철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서는 동시에 수평증축형 리모델링을 통한 단지 신축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해당 단지 관계자는 "각종 규제로 신축공급이 막힌 상태에서 내력벽 철거 허용이 절실하다"라며 "연구 결과 발표가 계속 연기되고 있는데 빨리 결론이 나 주거 질 상승에 일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내력벽은 주요 구조보라 보강을 해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고 아파트 내부 자재 상태에 따라 상황이 천차만별이라 쉽게 허용하기 어렵고 민감한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