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빚투’ 신용융자잔고가 최근 사상 처음으로 14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대출자금이 소진된 주요 증권사들이 연이어 신용공여를 중단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과열된 투자열풍이 불러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회사에서 매수자금을 빌린 ‘신용융자 잔고’가 사상 처음으로 14조원을 돌파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전체 신용융자 잔고가 지난 24일 기준으로 14조 49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0일 처음으로 13조원을 넘어선 지 불과 14일 만에 다시 14조원을 넘겼다.
신용융자의 폭발적인 증가는 이미 증권업계에 ‘나비효과’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달 들어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예탁금증권 담보대출이나 신용거래융자 등의 대출서비스 ‘중단’을 발표했다.
신용거래 융자는 증권회사에서 고객의 주식을 담보로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 주고 주가가 하락해 담보비율이 140%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파는 ‘반대매매’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제도를 뜻한다.
올해 신용융자 잔고 추이를 보면 지난 3월 25일에는 증시 폭락으로 6조 4075억원까지 하락한바 있다. 그러던 것이 최근으로 올수록 급증세를 나타내며 지난 24일 14조원을 넘긴 것이다. 예탁증권담보융자(증권담보대출)도 지난달 말 18조 4076억원을 기록한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 중이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대우의 신용공여 역시 4958억원에서 1조 1473억원으로 폭증했다. 삼성증권 신용공여도 4049억원에서 8284억원으로 늘었으며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도 각각 2480억원, 3029억원에서 6559억원, 5335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77조 3항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신용공여를 하는 경우 신용공여의 총 합계액이 자기자본 10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들어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융자를 연이어 중단한 것은 바로 이 규정에 위배될 가능성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 신용거래 융자는 떼일 염려가 없고 평균 8~9%대에 이르는 고금리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유리한 거래”라면서 “최근 신용거래 융자 등을 중단한 것은 증권사의 신용공여 가능 금액 한도에 육박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들이 먼저 대출을 중단할 정도로 신용거래 융자가 늘어난 것은 분명한 ‘과열’의 신호라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일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투자의 기본적인 룰도 알지 못한 채 일단 투자에 뛰어드는 과열심리가 관찰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