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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금호 '네 탓 공방'...아시아나항공 M&A 어디로 가나

2020-07-31 15:44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사진=연합뉴스 제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매각 주체 금호산업과 매입 주체 HDC현대산업개발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마음을 접은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사는 지난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였다. 포문은 현산이 먼저 열었다. 현산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전 세계적 경제 위기로 항공업계를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며 "금호산업의 계열사 간 부당거래 의혹 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그대로 진행 할 수는 없다"며 8월 중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전경./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제공


현산 측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언급하는 것은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의 △정확한 현재 재무상태·전망 △기준 재무제표상 재무상태·계약 체결 이후의 재무상태 간 차이 발생 이유 △계약 체결일 이후 추가자금 차입 규모 산정 근거 △차입금 사용 용도 △차입 조건 △상환 계획 △영구CB로의 변경 조건 △영구CB→주식 전환 조건 등 중요한 자료의 제공을 포함하는 인수 상황 재점검과 인수 조건 재협의 등이다.

이어 "그럼에도 당사의 재실사 제안은 계약금 (2500억원) 반환을 위한 명분 쌓기로 매도됐다"며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우리의 재실사 요구를 묵살하며 계약 해제와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 문서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금호산업 로고./사진=금호산업 제공



금호산업은 펄쩍 뛰었다. 금호산업은 "SPA 체결 이래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은 모든 영업·재무 정보를 현산에 제공했다"며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산 측의 인수실사·PMI 등 모든 협조 요구에 응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산은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제공받지 못했다고 하나, 충분한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지극히 유감"이라고 표명했다.

금호산업 측은 "전 세계적 코로나 사태로 항공업계가 어려워져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채권은행단으로부터 1조7000억원 추가 차입·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은 아시아나항공 주식거래계약(SPA)상 사전 동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영구전환사채(CB) 발행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의 완전자본잠식을 막아내기 위한 최소한의 합리적인 조치였다"고 설명하며 "현산은 불합리하게 동의를 거부할 수 없는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데 무작정 자신들의 동의 없이 행한 것을 계약 위반 구실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에 멈춰 서 있는 아시아나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제공



책임 소재를 두고 양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사이 항공업계에서는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마음이 벌써 떠났고, 슬슬 발을 뺄 채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4월 15일 아시아나항공은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6월 말 기준 9조5988억원 수준의 부실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7일, SPA가 체결될 때까지 부실 규모는 12조원으로 치솟았고, 현산이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현산은 4월 말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인수대금 납입을 사실상 늦추기로 했고, 매각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현실이 됐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무산시키기 위한 명분 쌓기에 착수했다는 평이 무성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특별한 의도가 없다면 M&A를 그대로 진행했을 것"이라며 "재실사 요구는 판을 엎겠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전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도 "SPA가 체결된 이후 현산은 7개월 넘게 시간을 끌어왔는데, 재실사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인수 의사를 접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재실사를 진행하게 될 경우 금호산업이 받게 될 구주가 3000여억원에서 더 깎여 매도하는 쪽이 동의를 할 리 없고, 또는 현산이 채권단에 인수금융 지원을 추가로 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될 것"이라며 "거래 조건이 맞지 않다는 명분을 만들어 쌓아감으로써 무산시키려는 것이 현산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아시아나항공 국유화 가능성 언급도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금호산업은 코로나로 인해 항공 산업계 영업 환경과 실적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나 SPA 자체를 해제할만한 결정적 사유는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내달 12일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확정하라며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계약 파기 사유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계약 이행 보증금 반환 청구가 기각된 사례가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현산이 조속히 거래 종결을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지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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